눈앞에 버티고 있는 주인은 당신인가요 쌓인 눈을 밟다가 가까이서 마주 선 불빛만 거울 같은 곳, 창가에 아롱이는 곳 풍문처럼 울렁이는 소묘로 다가서면 집시들의 자장가가 희끗하게 달려와서 방마다 당신의 숨결처럼 잠겼다가 달아나는 곳 파묵의 소설 같은 하얀 성이 떠오르지요 뚜벅뚜…2023-04-10 19:18

석양녘 산 그늘 마을로 내려 앉으면 비워둔 자리마다 총총이는 별 초승달이 황금을 물고 산그늘 내린 사이로 떠나가고 있다 쑥물 묻은 기침소리 초가삼간에 내리고 그림자는 무처럼 자라 발목까지 찬바람으로 차오른다 구름도 쉬어가는 산속마을 차 한잔 기울이고 뒤돌아 보면 하나 둘 별들은 새가 되어 들녘…2023-03-27 19:28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만져볼 수 없음이 섬진강 강나루 뱃사공이 주고 간 곱다란 눈매, 너의 전설은 옷자락 흘러내리는 풋내기 소녀로서 섬진강 매화가 터트릴 환희의 순간을 위하여 너는 향기로운 그리움으로 오는 것이냐 혈관을 타고 흐르는 사이 가슴에 꽃이 피어 잠시 멈추었다가 갈 수는 없는 것이냐 …2023-03-27 19:28

아가의 웃음소리 닮은 작은 봄꽃 쪼그리고 앉아 가만히 들여다보니 손 마주잡고 하얀 이 드러내며 웃어요 나를 설레게 하는 오종종 봄맞이꽃 꽃 지고난자리 파란별로 뜬다 ▲담양문인협회 회장역임, 한국예총 담양지회 지회장(현) ▲(사)한국동시조 문학상 수상 ▲담양문학상, 광주전남아동문학인…2023-03-27 19:28

햇살 아름다운 봄날의 아침이다. 꽃들이 시간 따라 활짝 이는 느낌이다. 봄 향기가 가득한 어느 날 빠끔히 열린 베란다 창 사이로 향그런 꽃내음과 싱그런 바람이 한 움큼 스며든다. 화단에 핀 동백꽃과 목련의 자태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즈음엔 넓은 아파트 화단 가득 여러 가지 화초와 개나리, 철쭉, 영산홍 등꽃…2023-03-27 19:28

탐라도 일출봉 올레길 멀리 봄빛 잔잔한 파도 너울 갈매기 한 무리 일용할 양식을 찾아 나는데 해녀라는 이름의 우리들 어머니 물너울 깊은 해초류 따신 텃밭에 들었다 숨 차는 긴 호흡 숨비소리 일 때마다 어머니 따뜻한 가슴 파도 너울에 젖어 정남진 뭍으로 오르던 것은... 무등산 영봉은 먼저 알아 아지랑이…2023-03-13 19:23

시냇물이 혀를 쑤욱 내밀고 있다. 그러자 흰 가운 왜가리 물의 혓바닥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건강 상태 좋은데!’ ‘맑은 빛깔이야!’ *여울목 : 여울물이 턱진 곳. ▲1991년 ‘아동문예’ 등단 ▲광주문인협회 아동분과위원장 ▲(사)새싹회 이사 ▲수상 : 한국아동문학상 등 ▲동시집 : ‘비…2023-03-13 19:23

오늘 비로소 언 몸을 녹여줄 봄 하나를 샀습니다 꽤 비싸게 굴던 녀석이지만 큰맘 먹고 하나 들여놨습니다 그 봄에는 싹을 잉태할 자양분이 올망졸망 모여 있고 중환자실 산소 호흡기처럼 긴 줄의 호수에 연결되어 수분을 공급하는 장치도 있었습니다 언 몸을 지닌 나그네는 말합니다 아직 낮은 체온을 높여…2023-03-13 19:23

아주 오래전 이야기입니다. 1960년 12월9일부터 1966년 5월24일 05시25분까지 약 5년 6개월 동안 있었던 슬픈 이야기입니다. 흙을 사랑하는 한 여성으로부터 소개를 받아 초등학교 선생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린 서로 자주 만나지 못하고 편지로만 소식을 전하면서 오랜 시간을 보냈지요. 그간 모아두었던 22통의 편…2023-03-13 19:23

산에서 만나는 메아리는 반짝반짝 맑음인데 여기서 빵빵 저기서 빵빵 얌전한 나무도 노래하던 새들도 깜짝 놀라 부르르 도로에서 만나는 메아리는 왜 자꾸 먹구름일까 ▲문학춘추 동시 등단 ▲문학춘추작가회 수석부회장 ▲광주·전남아동문학인회 회원 ▲현 광주문협 사무차장2023-02-27 19:26

꽃이 진다고 고개 떨굴 것 없어라 꽃이 진 자리에 신록이 찬란하고 열매 풍성하더이다 신록이 어느새 붉고 노랗게 물든다고 상념에 잠길 것 없어라 탐스런 열매가 한 해를 장식하더이다 낙엽 지고 열매 진다고 허무해 할 것 없어라 떨어진 잎사귀 위론 어느덧 황홀한 은세계가 펼쳐지더이다. 그리고는 동…2023-02-27 19:26

꽃의 풍경이 눈에 보이는 게 희극인지 비극인지 보는 자체가 기쁘고 서럽고 어찌 표현할지 모르겠다 먼저 핀 꽃들이 떠나고 다른 꽃이 피어나 소멸하는 것들은 죽음이 아니라 시간의 가루 세월에 덧 붙인다 시간의 바람에 흩어지는 꽃들 어디로 불러 다닌지 또 어떤 의미를 부여해 주어야 할지 아직은 모르…2023-02-27 19:26

낙엽이 지는 가을이 다가오니 왠지 고향이 그리워진다. 객지 생활에 분주하다 보니 마음속으로는 고향을 애절하게 그리워하면서도 오랫동안 가보지를 못했다. 반가워해 줄 부모님들도 모두 세상을 떠나셨고, 가까이 지내던 친인척들도 흘러간 세월만큼이나 멀어져 버렸다. 두루봉 산이 껴안은 듯, 양지바른 산자락에 자리…2023-02-27 19:26

추워 떨던 지난밤 단칸방 5남매가 이불이 작고 낡아 서로 당기며 덮으려던 간밤의 소원이 담장 너머 각시복숭아 가지에 솜사탕처럼 걸렸네 어쩌면 저리 희고 뽀얗고 포근할까 아침 햇살에 눈 비비며 부끄럼 잎새 뒤에 숨은 각시복숭아는 마냥 좋아 볼 비비며 살포시 감싸 안네 훌라 춤을 추는 바람과 뭉게뭉…2023-02-13 19:54

태고보다 오래고 바다보다 푸르고 해보다 밝은 모든 문명의 원류 환단고기 고대 환국과 고리 구리 그리고 고구리 찬란한 어휘로 여명이 열렸다 우주를 낳은 전지전능한 대모신 달빛 언덕을 넘어온 고대신화의 파도에 세상이 열렬히 출렁이고 있다 대명천지 광명의 신선 한민족의 크신 어머니여! 배달민족의 첫 발…2023-02-13 19: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