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들은 각종 사회현상마다 경제이론을 적용하여 그것들을 설명해 보는 것을 좋아한다. 소비와 생산활동 같은 기본활동들은 말할 것도 없고 주거, 보건, 후생, 범죄, 이혼문제까지 경제문제로 규정 짖고 경제적인 측면에서 해결책들을 제시해 본다. 따라서 굶어 죽는 몇 개 국가를 빼고는 세계 문제로까지 등장한 비만팽배 현상이 이코노미스트들의 연구과제로 레이다 망에 걸려드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었다.
　
　비만 팽창 현상과 그 영향에 대한 연구를 경제학에서는 크게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서 본다. 노동공급과 사회 전체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 보는 것이 그것이다.
　
　체중이 각종 경제변수에 좌우되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최근까지 인류역사를 보면 가난한 사람일수록 부자보다 홀쭉했던 것이 상식이었고 먹을 것이 풍족한 부자들은 당연히 몸집이 더 나갔다. 요즘도 먹을 것이 풍부하지 못한 후진국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선진국 사람들에 비하여 몸무게가 덜 나간다 (한 가족이라도 남북 이산가족 모임 때 우리는 체중 하나로 어느 편이 북측인지 쉽게 알아냈다).
　
　그러나 한 나라로 국한해서 보았을 때에는, 적어도 미국사회에서는,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일수록 단연 뚱뚱한 경향이 많고 생활이 윤택한 사람들은 대체로 날씬하다. 왜 그럴까?
　
　체중을 결정하는 두기지 요인을 경제학의 기본 개념에서 본다면 공급요인과 수요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식품가격이 낮아지는 추세를 공급요인으로 칠 수 있고 운동 부족을 초래 할 만큼 근육을 쓸 일이 적어지는 직종만 자꾸 늘어나는 경향은 수요요인으로 간주 할 수 있다. 그런데 선진국일수록 식품가격은 저렴한 반면 두뇌 쓰는 일만 많고 반대로 후진국일수록 식품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을 뿐만 아니라 육체노동을 요구하는 직업이 다수이기 때문에 공급과 수요 양면에서 잘사는 나라 사람들이 못사는 나라 국민들보다도 일반적으로 체격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남한 사람들이 배불뚝이 김정일과 그 주변 인물들을 빼고는 북한 사람들보다 더 우람한 현상은 지난 50년 동안 두 지역간 경제적 격차를 금방 말해준다.
　
　재미있는 현상 하나는 한 나라 안에서야 음식값이나 기술수준이 같기 때문에 한 울타리 안에 사는 사람들끼리의 몸무게 차이를 경제학의 약방감초인 수요와 공급요인만으로는 설명이 어렵게 되고 만다. 제 삼의 요인이 작용하고 있음을 짐작 할 수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교육정도와 생활수준의 차이 때문이 아닐까하고 짐작해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교육수준이 높고 생활수준이 위일수록 절제를 통한 통제력이 강한 편이다. 비만증은 절제력의 결여가 큰 몫을 한다.
　
　미국에서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기회 있을 때마다 뚱뚱할수록 단명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강조하지만 식품 값은 장기적으로 낮아지는 추세이며 컴퓨터 개발 등으로 앉아서 하는 일은 앞으로 더 늘어 날 것이 분명하여 인간과 비만과의 전쟁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해 준다.
　
　
　비만문제 전문 경제학자들은 대략 6 대 4 비율로 운동부족과 식품가격 하락에 사람들의 비만현상을 탓하고 있다. 비만이 만병의 근원인 점은 잘 알려져 있다. 따라서 매년 놀라운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의료비 증가 액 중 상당한 부분이 비만에서 비롯된 것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정부에서 지급하는 의료보조비가 거의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급속도로 늘고 있는 것도 비만과 관련된 각종 질병 때문이며 자영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엄청난 부담을 안겨주는 높은 건강보험 가입비도 같은 이유 때문인 것을 보면 개개인의 부주의와 약한 의지력이 사회에 미치는 악 영향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크다. 흡연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비만도 선량한 피해자에게 막대한 손실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현대사회에서 가장 흔하고 위험스러운 병 가운데 하나는 당뇨병이다.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당뇨병 환자 수는 비만인구 확산과 비례한다고 보면 된다. 당뇨병 합병증으로 심장마비, 근육마비, 시력상실, 신장이상, 다리절단 등 흡연의 피해를 능가하고도 남기 때문에 통제되지 않는 당뇨병은 의료와 국민복지 문제 전반을 크게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 종래에는 부모나 조부모들에게 거의 국한된 병으로만 알았던 당뇨병이 비만한 청소년들 수가 늘어남에 따라 이들의 건강을 해치고 있는 것이다.
　
　효과적인 비만예방책이나 치료방법이 빠른 시일 내로 나오지 않는 한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자식세대의 평균수명이 부모세대의 수명보다 더 짧아질 가능성 마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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