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좋다. 어떤 사람은 쉽게 눈에 띄는 앞모습에는 전 신경을 쓰며 부지런히 치장을 하면서도 보이지 않는 곳은 소홀히 한다. 코는 열심히 닦아대면서 귀 뒤에는 때가 낀 것과 같다.사람은 뒷모습이 진실에 훨씬 더 가깝다. 애들이 대학까지 졸업한지가 벌써 몇 해전 일이지만 그 동안 한번도 집사람을 제 나이대로 보지 못했었다. 얼마 전 우연히 앞을 지나가던 반백의 여인이 눈에 익는다 싶었는데 바로 집사람인 것을 알아차리고 적이 놀랜 일이 있다. 그때까지만 해도 세월이 흘러간 사실에, 모발 채색을 거부하며 자연과 가깝게 살아 온 때문인지, 둔감하다가 순간 소스라치듯 깨닫게 된 것이다. 학창 때 만나 학생 부부로 시작하여 같이 보낸 30년이 소소한 일들까지 기억 망을 스치며 벅찬 감동으로 다가온다.
어린애들은 뒷모습까지 천진무구하다. 자식을 떠나 보내고 힘 빠진 발걸음으로 돌아서시는 어머니의 뒷모습은 사랑이다. 요즘 나는 목이 자주 메어서 그 뒷모습을 쳐다 볼 용기가 부족하다. 자랄 때에는 문전에 계신 어머니를 뒤로하며 아무 느낌 없이 집을 떠난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나이를 더 하면서는 헤어지는 것이 두려워져서 가급적이면 사람 만나는 것조차 피하게까지 되어진다.

얼마 전 3개월간 예정으로 아프리카로 떠나는 작은아이를 끝내 공항 별리도 못했다. 가슴 고통을 차마 감내할 수 없을 것 같아 그의 친구에게 씨애틀 공황까지 우리 부부 대신 데려다 줄 것을 부탁하고 집을 돌아온 머리가 다 센 우리 둘은 비행기가 떠났을 시간이 한참 지난 후까지 안전부절 못하고 서성거렸다.
뒷모습이 추한 집단은 단연 한국의 정치인들을 꼽을 수 있다. 나는 어느 집단과는 의식적으로 거리를 두며 살아왔다. 최근 서로 막가기 경쟁이라도 벌어진 듯이 천문학적 규모씩 집어삼킨 사실들이 들어 나기 시작한 한국 정치인 집단의 맴버들이 그 일 순위에 해당한다. 수 년 전 뇌물 수수 혐의로 체포되었던 유종근 전 전북지사의 추한 뒷모습은 이 곳에서 수 차례 만난 적도 있은데다, 심히 실망스러웠던 나머지 아직까지 기억에 생생하다. 미국에서 학위를 받은 후 오랫동안 뉴저지주 정부에서 근무하다가 귀국한 탓으로 많은 재미 한인들은 그를 주목해 왔다. 그가 교포사회에서 뽑혀 나가기라도 한 사람처럼 참신한 면모와 국제감각으로 조국의 정치무대에서 선전해 줄 것을 기대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는 재미 한인 이미지에 먹칠하고 말았다. 유 전 지사는, 일평생 정치한답시고 각종 뇌물 수수로 한국경제를 망쳐온, 기성 정치인들과는 다르게 행동할 것으로 믿었는데 정계 입문에 연잔한 그 조차 맨 먼저 배운 권술이 도둑질(나는 뇌물수수를 이렇게 부른다)이라니 입이 벌어진다. 그가 4억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었지만 그 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그가 처음으로 배운 한국 정치기술이 도둑질이었으면 두 번째로 배운 기술은 거짓말하는 것인 듯하다. 그는 수사본부에 출두하는 순간까지'돈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 할말은 많지만 나라를 위해 참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일간지들은 보도하고 있다. 특별 수사본부에서는 유 지사를 소환하기 이전에 이미 그가 지사관저에서 현금 1억5천만원과 다른 사람명의의 통장에 예금된 1억5천만원을 건네 받은 시간까지 정확히 알고 있었고, 차명 계좌를 받은 자리에서 도장과 비밀번호를 함께 전달받은 것과 그 통장을 받은 다음 날 모두 현금으로 인출해 나간 사실까지 훤히 알고 있었다. 그 후에도 유지사가 비서로 데리고 있던 처남을 통하여 다시 1억원을 더 받아낸 것도 밝혀진 판에 돈 받은 사실을 처음부터 끝까지 부인하며 자신의'애국 충정을 알아달라'로 일관한 사건은 그를 아는 사람들을 참담하게 만든다.
돈 먹다 붙들린 한국 정치인들의 자기 변호 수순은 대략 천편일률 적이다. 앵무새처럼 다섯 문장을 순서대로 지껄이면 공식에 들어맞는 정답이 된다. '하늘에 맹세코 돈 받은 적이 없다'라고 큰 소리 먼저 치고 본다. 그 다음에는 '돈을 주었다는 사람과는 일면식도 없다'고 딱 잡아 땐다. 그래도 안 먹혀들 것 같은 눈치이면 '내가 입을 열면 모두 다치고 나라 망한다'고 공갈해 본 뒤에 점잖게 '애국 애족하는 마음에서 침묵하겠다' 그런 뒤 맨 나중은 '진실이 밝혀질 것이다'라고 눈감은 채 한 마디 해두면 자신은 '재수 없게' 붙들린 희생양임이 강하게 암시된다. 그리고 성공적인 연기가 된다.

한국의 검찰이 유 전 지사의 주장대로 외부의 압력에 의하여 정치적인 이유로 없는 사실을 조작까지 하면서 무고한 사람을 덮어씌운다고 믿는 국민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한국 경제의 질적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 바로 정경유착에 따른 비리임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을 그가 그 경제범죄의 장본인이었다는 사실이 우리를 더 슬프게 만든다. 한심하기만 한 정치인들이 자신에 철저히 엄해지기 이전까지는 한국 경제는 양적 팽창은 달성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질적 성장은 어려울 것이다.
뒷모습이 아름다운 한국 정치인을 한번만이라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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