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실리 칸딘스키(1866-1944)는 1911년 꽤 매력적인 논문을 발표한다. 그걸 책으로 펴낸 것이 『예술에서의 정신적인 것에 대하여』인데, 이런 문장이 있다. “예술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없는 시대, 즉 참된 정신적 양식이 결여된 시대는 정신세계에서 퇴보시대이다. 영혼은 높은 변에서 낮은 변으로 끊임없이 하강하며, (중략) 이런 시대의 인간들은 특수하고 두드러진 가치를 외적인 성공에 두게 된다. 그들은 단지 물질적인 부유를 얻으려 애태우며, 육체를 위한 기술적 진보만을 위대한 일로 찬양한다. 참된 정신적 능력은 과소평가되고…2024-04-07 19:11

우리는 몸의 종일까, 주인일까? 어떤 사람은 몸이 우리의 주인이라고 한다. 그것도 가혹한 주인이라고 한다. 주인 눈치 보지 않고 맘껏 케이크를 먹거나, 필름이 끊길 때까지 술을 마시면 가차 없이 응징한다. 그래도 말을 듣지 않으면 최후통첩을 보내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혹독한 주인인 몸을 잘 섬겨야 하는 종이라고 한다. 관절과 근육이 있는 몸 일부분을 제외하면 내 의지로 움직이거나 조절할 수 있는 부분도 거의 없다. 심장과 위장을 비롯한 내장도 내 명령과 무관하게 자신들의 의지대로 움직인다. 심지어 내 기분마저도…2024-04-04 20:00

한국이 금년 들어 외국인 비율이 전체 인구의 5%를 넘어 OECD기준 ‘다인종·다민족국갗에 진입했다. 광주의 외국인 비율은 3%를 차지하고 있다. 동별로는 산업단지가 있는 광산구 평동이 가장 많고 월곡동이 뒤를 잇고 있다. 월곡동은 중앙아시아 출신 동포들이 모여사는 고려인마을이 특색을 이룬다. 뿐만아니라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이주민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다. 외국어 간판과 낯선 외모를 지닌 사람들이 지나는 주택가 거리는 마치 외국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월곡2동 행정복지센터는 이러한 특성을 반영해…2024-04-03 19:35

수도권 과밀과 지역소멸이라는 국토양극화를 막기 위해 남부권 중심 新성장거점을 조성하고자 하는 대규모 국가균형발전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른바 남부권 광역관광개발사업이다. 지난주에 전남도를 비롯한 남부권 5개 시·도에 3조원 규모를 투입하는 남부권 광역관광개발 사업 추진을 위해 구성된 ‘남부권 광역관광개발 광역협의체’가 처음으로 전남에서 열렸다. 올해는 남부권 광역관광개발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시기이다. 남부권이 보유한 해안과 내륙, 섬 등 매력적인 관광자원과 문화기술을 접목해 ‘K-관광휴양벨트‘를…2024-04-02 19:46

2024년 4월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일이 목전에 있다. 국민의 힘 시스템 공천이나 더불어민주당 공정한 경선은 후보들의 검증 부실로 공천 파동을 거치면서 유권자들을 우롱하는 빛바랜 전략공천이 돼버렸고 결국 서로를 비방하는 막말로 점철된 유세 현장이 되고 있다. 본격적으로 야당은 이번 정부의 ‘이채양명주(이태원 참사·채상병 순직사건·양평고속도로 종점변경·명품백 수수·주가조직)’ 5대 실정을 열거하면서 총선 슬로건으로 ‘못살겠다 심판하자’로 선정하고 치솟는 물가고에 신음하는 민생파탄의 경제실정론과 정…2024-04-01 20:00

매년 4월7일은 ‘신문의 날’이다. 이날은 1896년 우리나라 최초의 순 한글판이자 민간신문인 ‘독립신문’ 창간일이다. 언론인들은 1957년 4월7일 ‘독립신문’의 회갑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신문의 사명과 책임을 자각하고 자유와 품위 등을 다짐하고자 ‘신문의 날’을 제정했다. 그러니 올해로 68회 생일을 맞은 셈이다. 요컨대, ‘신문의 날’은 독립협회의 서재필과 윤치호 등이 한 말 기울어가는 국운을 바로잡고 민족을 개화해 자주·독립·민권의 기틀을 확립하고자 발행한 ‘독립신문’의 창간 정신을 기리고, 그 구국 이념을…2024-03-31 19:32

매화, 산수유, 진달래, 하얀 목련이 꽃을 탐스럽게 피워 봄이 왔음을 알렸고, 이제 벚꽃도 피고 있건만 국민들 마음 속엔 아직 봄이 멀기만 하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1972년 3월에 미국·일본·유럽 순방 후 귀국 강연회에서 “옛말에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봄은 왔어도 봄 같지 않습니다. 지금 봄이 왔습니다. 그러나 이 나라에는 차갑고 어두운 바람이 계속 불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처음 보는 독재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런 독재는 경험해 본 일이…2024-03-28 20:42

2024년 3월, 합계출산율 1.05명을 기록한 2017년생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6년 뒤, 2030년 3월은 합계출산율 0.72명을 기록한 2023년생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현재 인구 규모 유지를 위한 합계출산율을 약 2.1명으로 보고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문자 그대로 대한민국은 ‘소멸’의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이에 따라 나라의 미래를 좌우할 계획인 ‘백년지대계’를 세워야 하는 교육에서는 학령인구수의 급격한 감소를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인식하고 대비해야 한다. 특히 교육과정의 변화는 신중해야 하고, …2024-03-27 19:38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의 소자(小字)는 귀농(歸農), 자는 미용(美庸), 송포(頌甫)이다. 호(號)는 삼미(三眉), 사암(俟菴), 다산(茶山), 탁옹( 翁), 태수(笞 ), 자하도인(紫霞道人), 철마선인(鐵馬仙人), 문암일인(門巖逸人)으로 불렸으며, 당호(堂號)는 여유당(與猶堂), 천주교명은 요안이다. 다산은 1762년(壬午年) 경기도 광주군 초부면 마현리에서 태어나 1836년 75세의 일기로 생을 마쳤다. 우리가 알고 있는 다산은 그의 두 번째 유배지인 전남 강진(康津) 귤동(橘洞)의 뒷산 이름을 딴 초당(草堂)에서 유래됐다. 다산은 진주…2024-03-26 19:42

산중의 봄꽃들은 도시에 비해 조금 늦게 찾아온다. 한낮에는 언 땅이 녹으며 질컥거리는 면이 있지만, 땅속은 아직도 얼음덩어리처럼 굳어서 깊은 뿌리를 움켜잡고 놓아주지 않으니 봄물을 길어 올릴 수 없는 것이다. 산중은 낮과 밤의 기온 차이로 인해 나무마다 몸살을 앓다가 어느 순간 깨알만 한 꽃망울을 보여주면서 차차 콩알만 해지다가 마침내 견딜 수 없다는 듯 터진다. 속앓이가 심해서 그런지 산중의 꽃들은 유난히 선명하고 고운 빛깔을 띤다. 유심히 들여다보면 꽃잎마다 “날 쉽게 잊지 말아요.” 귓속말로 속삭이듯 수…2024-03-25 19:57

한 사람이 온다는 것은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기 때문이다… 중략(정현종 시인의 방문객). 인간이 서로에게 방문객이 돼 환대받는 사회이면 좋겠다. 지난 50년 전 고교를 졸업한 필자의 동창생은 청운의 꿈을 안고 사회 현장으로 나아갔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1905-1980)는 “인생이란 B(탄생)와 D(죽음) 사이에 있는 C(선택)이다”는 말을 남겼다. 생각해 보면 지난 50년 동안 수…2024-03-24 18:58

지금 필자에게 가장 큰 화두는 퇴임 후 무엇에서 가치, 보람, 그리고 삶의 의미를 찾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교수 중에서 조용히 지내온 사람들은 퇴임 후에도 그리 지내기 때문에 적응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왕성하게 활동해온 사람들은 열심히 뭔가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전기가 나가 방은 어두워지고, 컴퓨터는 작동을 멈춘 것과 같은 처지에 놓이게 되는 것일까? 퇴임 후 특별히 하는 일은 없지만, 일상 속에서 충분히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말로는 재미있게 지낸다고 하면서도 혹시나 안으로는 공허함,…2024-03-20 19:40

우리 지역에서 현역 국회의원 대부분이 추풍낙엽 신세가 됐다. ‘비명횡사 친명횡재’ 때문일까. 아니면 지역주민이 변심해서 그랬을까. 제각각 이유가 있을 테다. 하지만 다선 국회의원의 부재는 지역발전에 손해다. 광주 동남을 이병훈 의원 경선 탈락은 아쉽다. 이 의원은 자타가 인정하는 문화정책 전문가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장과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 경력이 증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관련 특별법 개정 작업을 주도해 기관의 위상을 높였다. 상임위 활동에서는 K-콘텐츠산업 지원 확대를 이끌었다. 광주 북구…2024-03-19 20:25

3월16일 노무현재단이 마련한 영화 ‘길 위의 김대중’ 특별 상영에 함께 했다. 그런데 이 날은 역사적으로 좀 특별한 날이었다. 2002년 3월16일 광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민주당 대통령후보 광주경선에서 정치권의 예상을 깨고 노무현후보가 승리한 날이다. 광주시민은 광주정신을 버리지 않고 김대중 대통령을 따랐던 노무현을 선택했던 것이다. 역시 민주주의 광주였다. 이 놀라운 사건은 노무현의 바람이라는 ‘노풍’을 일으켰다.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에 이어지는 민주정부 재창출에 성공했다. 취임 첫해 23주년 5·1…2024-03-18 19:39

영상물 제작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다큐멘터리 한 편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촬영과 편집 등 다양한 기술이 사용된다. 보통은 촬영에만 30분짜리 테이프 30개 이상을 사용했다. 1천 분에 달하는 양이다. 이 방대한 영상을 50분으로 줄이는 것이 편집이다. 한 쇼트(컷)의 길이를 4-6초로 했을 때, 600여 개의 쇼트를 붙이면 50분짜리 다큐멘터리 한 편의 편집 작업이 마무리된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촬영된 영상에서 필요한 장면을 찾아내고, 이야기에 맞게 순서를 잡아 붙여나가는 일은 꽤 복잡하고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2024-03-17 1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