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한국 천일염의 우수성을 바탕으로 한 ‘명품화’ 노력이 학계와 정부기관·지방자치단체·생산자 등에서 거세게 일고 있다. 특히 전남 천일염은 남다른 철학을 지닌 소수 장인들로 인해 명실상부한 국내 천일염을 대표하며 발돋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국내 천일염의 현실은 세계 천일염 시장의 경쟁력에서 밀리는 형국이다. 무엇보다 미네랄이 가장 풍부한 갯벌을 보유한 천혜의 환경에서 최고급 제품을 생산하면서도 싼 값에 판매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를 놓고 천일염 생산업계는 명품 소금에 대한 개념 정립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 1974년 최초로 염전을 조성, 40여년간 오로지 천일염 생산에 일생을 바쳐 온 김영관 전 대한염업조합 이사장(영백염전 회장)을 만나 천일염 명품화에 따른 현주소 및 대책을 들어본다. /편집자 註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갯벌천일염은 30만t에 불과할 정도로 귀한 자원이다. 진정한 천일염의 가치를 찾는다면?

-세계소금은 연간 약 2억6천만t 생산되는데 그중에 암염이 약 61%, 대량 천일염이 37%, 갯벌천일염을 비롯하여 호수염, 재제염, 정제염 등 기타소금이 약 2%로서 우리나라 갯벌천일염은 연간 35만t 정도 생산되니 세계소금의 0.2%에 불과할 정도로 희소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염도가 80-85%이고 각종 무기질 미네랄성분이 15-20%로 구성된 미네랄소금입니다. 이는 나트륨(Nacl)성분이 99%이상인 암염(Rock salt)이나 대량천일염(Sea salt) 또는 100% 나트륨 덩어리인 정제염 등의 기계소금과는 근본적으로 비교할 수 없는 건강소금입니다.

▲결국 소비자들은 아직도 국산 천일염이 왜 우수한지, 일반 정제염과 비교할 때 얼마나 건강에 유익한지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다는 방증인데 이유는?

-먼저, 우리 국민들의 몸에 배인 정제염 생활화에 있다고 봅니다. 정제염은 먼 바다에서 바닷물을 대형 파이프장치로 끌어와 전기이온막에 의해 Na+와 Cl-만을 분리하여 전기가마솥에서 끊여 나트륨 100%의 소금결정체를 얻고 물은 공업용수로 방출하는 방식으로 만들어 지고 있습니다.

이는 60년대 이후 정부주도의 산업발전정책에 의하여 조성된 대규모 공업단지에 필요한 대량 공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하여 일본으로부터 로열티를 지불하고 정제염 제조법을 들여온 것입니다. 이래로 국민들이 먹는 조리용소금이나 식탁용소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천일염은 대부분 김장배추 절임용으로 사용처가 제한되어 왔으며 소비자들도 당연시 받아들여져 왔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지자체와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그동안 정부가 많은 연구비를 투입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소비자들이나 외국 바이어들이 쉽게 납득할 수 있는 맛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와 요소, 우수성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를 제시할 수 있는 실증적인 실험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동안의 연구결과를 보면, 시험성적 수준의 단순 미네랄 함량 비교에 의한 일방적인 우수성 주장이 다 인데 이것만 가지고는 세계시장 마케팅에 설득력의 한계가 있으며, 자칫 실험측정방식에 대한 공정성에 논란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4년째 거래를 하고 있는 외국 바이어가 “천일염이 아미노산 등 맛에 미치는 영향분석을 통해 영양학적으로 무엇이 어느 정도 좋은지 과학적인 데이터를 제공해 준다면 얼마든지 해외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는 “천일염을 사용한 요리 맛은 분명 특별한 차이가 있는데 왜 한국에는 과학적인 데이터 분석이나 연구물이 없느냐, 세계최고라고 하면서 맛에 어떤 영양을 미치는지 과학적 근거도 없이 해외시장에 수출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넌센스 아닌가”라고 합니다. 천일염의 사업화와 세계화가 더디어지고 있는 반증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천일염은 프랑스의 ‘게랑드’, 일본의 ‘오키나와 소금’ 보다 덜 짜고 각종 미네랄 함량이 풍부하지만 천일염의 건강 성분이 홍보되지 않아 국내외 시장에서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한 사람이 일생동안 섭취하는 소금이 350㎏ 정도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좋은 소금을 가려 먹을 필요가 있습니다. 보건복지부나 식약처에서 무조건 소금섭취량을 줄이자는 캠페인 광고에 많은 돈을 쏟아 붓고 있는데 참 안타깝습니다. 세계 의학계에서는 소금을 많이 섭취해 생기는 부작용보다도 염분이 부족해 생기는 질병과 성장발육 장애가 훨씬 심각하다고 합니다. 세계보건기구가 세계소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염화나트륨 99%이상인 암염이나 씨솔트, 기계소금 등을 기준으로 나트륨 권장량을 발표한 것이라면, 오히려 좋은 소금을 가려 먹도록 국민건강 식생활 문화를 계몽해야 합니다.

정부의 역할은 좋은 소금을 잘 선택하고 적당량을 사용하여 음식 맛을 좋게 함으로써 국민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는 대대적인 캠페인과 함께 천일염요리 레시피를 개발하여 보급함이 더욱 유익한 행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천일염이 광물에서 식픔으로 인정 받은지 벌써 7년이 넘었다. 그런데 국내 유명 백화점에서 프랑스 게랑드산 소금은 소비자들이 1㎏ 당 5만4천원에 사는데 국내산 천일염은 1천100원 수준으로 약 50배의 가격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대책을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

-조리용 천일염과 절임용 원염의 개념이 정립되지 못한 데 있다고 봅니다. 소금산업 진흥법 제2조(정의) 제4항에 의하면 ‘천일염’이란 염전에서 바닷물을 자연 증발시켜 생산하는 소금을 말하며 이를 분쇄·세척·탈수한 소금을 포함한다’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자연채취한 원염을 각종 불순물을 제거하고 규격을 사용자 편의에 맞도록 깨끗하게 종합처리한 조리용 천일염에 대한 명칭과 표준규격이 없어 천일염 유통에 혼선을 빚고 있는 실정으로, 천일염의 판로개척과 해외수출 촉진을 저해하는 주된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주식인 쌀로 예를 들면, 원염은 정미소에서 켜지 않은 벼(나락)와 같이 자연채취물 자체라고 볼 수 있지요. 조리용으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산지종합처리장의 선별과정을 거쳐야 비로서 조리용 천일염이 되지요. 따라서 원염의 용도는 배추절임용이나 생선절임용, 동물식용용 등으로 발전시키고 종합처리장을 거친 선별천일염은 조리용과 식탁용 천일염으로서 사용되도록 개념정립이 필요합니다.

▲일본 바이어가 영백 천일염을 극찬했다고 하는데.

-최근 한국 천일염이 왜 미네랄이 우수하고 맛이 특별한지를 실사 확인차 2박3일로 영백염전을 찾은 일본의 세븐일레븐 본사 마케팅 총괄임원이 염산면의 살아있는 두우갯벌과 영백염전의 도자기판 염전을 극찬하고 영백의 도자기판 천일염을 식탁용으로 개발하여 프랑스 게랑드산 보다 고가로 일본 대형마켓에 런칭 해주겠노라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이는 우리 갯벌천일염에 대한 명품화 가능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생각됩니다.

▲국산천일염을 명품화 하기 위해서는 우수성의 홍보가 절실하다. 일각에서는 국내산 천일염의 세계화를 위한 지름길은 세계적인 소금관광지인 대만의 ‘염산’처럼 국가 차원에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지명에 소금이 들어있고, 문헌에도 나와 있는 영광군 염산(鹽山)면을 세계적인 천일염 관광지화해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는데 견해는?

-염산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소금 鹽(염)자를 가지고 있는 소금 지명지입니다. 문헌에 의하면 통일신라 경덕왕(750년) 때 영광의 서해를 염해(삼국사기)라고 칭하였고, 고려시대에서 조선시대까지는 염소(세종실록), 한일합방 이후 1914년 토지개혁 때 염산(소금산)면으로 개칭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결국 염산의 지명은 125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소금고장으로서 세계적인 산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비교적 단단한 갯벌인 염산지역을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영백염전처럼 도자기판 바닥재로 통일하고, 염전도로와 수로를 정비하여 소금청정구역으로 천일염 세계화단지를 조성하고, 지명과 함께 친환경 전통생산방식을 브랜드화하여 스토리마케팅을 추진한다면 국내 천일염 세계화를 앞당길 수 있는 유용한 소재가 될 것으로 봅니다.

▲영백염전은 전세계에서 가장 친환경적이며 천혜의 자연 조건을 겸비한 곳으로 명성이 나 있다. 천일염 세계화를 위해 생산자들이 가장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안전성입니다. 생산자는 소금생산량이나 가마니소금의 가격에 민감할 것이 아니라 먼저 품질관리, 특히 어떻게 하면 불순물을 적극 회피할 수 있는 안전하고 식품위생에 부합한 제품을 생산할 것인가에 보다 민감할 필요가 있습니다.

천일염은 자연환경을 이용하여 만들어지는 순수 자연채취물입니다. 따라서 식품위생에 대한 안전성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달리 첩경이나 요령이 따로 없습니다. 염전은 노지에 노출되어 있으므로 피할 수 없는 자연적인 오염원은 최소화하고 시설적인 오염원과 인위적인 오염원을 제로화 할 수 있도록 품질관리에 관심을 갖고 개선하는 것만이 세계적인 명품화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1973년, 당시 이렇다할 건설 장비가 없던 시절에 광활한 염산 두우갯벌위에 제 손으로 직접 20만평의 바다를 간척해 영백염전을 조성하였기 때문에 염전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물막이 공사를 할 때는 둑이 2번이나 무너져 애로가 많았고 급기야 목선을 가라앉혀 공사를 마무리했습니다. 그간 정부의 폐전정책 등 어려움이 많았으나 평소 천일염은 세계적으로 희소하고 우수하기 때문에 염전만 친환경적으로 잘 조성해 놓으면 후대에 물려줄 귀한 자원이 될 것이라는 소신 하나로 포기하지도 못하고 세계적인 명품기업으로 육성해 보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우리 천일염이 중국을 비롯해 세계인의 식탁에서 맛과 건강에 유익한 최고의 명품으로 세계화될 것을 간절히 소망합니다.


소금꽃 피우며 40여년 외길 인생 4년째 프리미엄천일염 고가 수출
●김영관 회장은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다. 김영관 회장이 염전을 간척한지 43년이니 강산이 4번이나 변할 세월이다. 김 회장이 바닷가에 둑을 막아 약 20만평(약 615,385㎡) 규모의 갯벌염전을 시작한 것은 1973년. 일제 때 천일염전이 주로 북쪽에 마련된 탓으로 남한에는 소금부족이 생겼고 정부는 대대적으로 염전을 증설했다.

하지만 한때 부흥했던 천일염전은 90년대 초 값싼 수입산 소금의 유입으로 경쟁력을 잃게 되고, 정부는 다시 폐염전 정책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김 회장은 운영곤란 때문에 아주 잠깐 외부 임차를 준적은 있었지만 애증이 묻어 있는 염전을 차마 져버릴 수 없었다.

확연히 사양길에 들어선 염전사업의 전망없음을 확인하고도 그는 외로이 버텼다. 그리고 8년 전 새로운 사업적 혜안과 갯벌 천일염의 미래가치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당시로선 무모한 설비투자에 과감히 나섰다.

미친 노인네라는 뒷말을 듣기도 했다. 염전을 다른 용도로 전환해 재투자한 사람들은 모두 수익이 더 좋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회장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언젠가는 세계최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라는 자신 스스로의 확신으로 천일염 생산을 고집했다.

그리고 마침내 천일염에 대한 그의 신념과 애정은 오랜 시간을 견디고 난 후 굵고 짭조름한 향기를 잉태한 알갱이 소금처럼 가시적인 보답의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2011년 농림수산식품부가 실시한 제1회 대한민국 염전콘테스트에서 친환경 대상을 받음과 동시에 89년 대한염업조합이사장을 역임했다. 같은해 11월 김 회장은 천일염 산업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특히 2013년부터 3년째 60만 장병들이 먹는 조리용천일염을 국방부에 단독납품하고 있다. 올 초에는 천일염 업계최초로 KS1등급 천일염 품질인증을 획득했으며, 산지종합처리장에 대해 식약처 HACCP 인증을 받았다.

4년째 일본·미국에 프리미엄천일염을 고가에 수출하고 있으며, 금년부터는 중국시장 개척을 중심으로 세계시장 확대를 위해 가공소금과 미용소금을 준비하는 등 팔순의 나이에 열정만큼은 젊은 사람 두세 사람 못지않다.



/박연오 기자 yopark@kjdaily.com

/사진=김영근 기자 kyg@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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