杜鵑啼(두견제)
곤륜 최창대

봄놀이 떠나자 꽃도 지고 있는데
두견이 사람보고 돌아가라 속삭이고
나그네 흰 구름만을 바라보고 있구나.
春去山花落 子規勸人歸
춘거산화락 자규권인귀
天涯幾多客 空望白雲飛
천애기다객 공망백운비

두견은 우리 한시 속에 자주 등장한다. ‘편안히 두건을 젖혀 쓰고서…종소리 다할 때까지 우두커니 서 있다. 동쪽 숲의 두견새 소리 듣네’라는 구절이 노수신의 시에 등장한 풍경이다. 또 촉왕 두우의 애달픈 전설 속에 등장하게 돼 봄날의 슬픔·이별·그리움·안타까움·고적함 등의 정서를 대변해 준다. 단종의 시에도 이같은 현상이 보인다. ‘봄놀이 가자꾸나. 지금 꽃도 지는데, 두견은 사람을 쳐다보면서 어서 돌아가라 한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떠다니는 나그네가 지금쯤 몇 사람이나 되는고’(杜鵑啼)로 제목을 붙여 본 오언절구다.

작가는 곤륜(昆侖) 최창대(崔昌大·1669-1720)로 조선 후기의 문신이자 학자다. 1694년(숙종 20) 별시문과에 병과로 급제하고, 검열과 부수찬 등을 지냈다. 그 후 이조참의를 거쳐 부제학 등을 지냈던 인물이다. 제자백가와 경서에 밝았고, 문장에 능했으며 글씨도 잘 썼던 것으로 알려진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봄놀이 가자구나 지금 은 꽃도 지고 있는데 / 두견은 사람을 쳐다보며 어서 돌아오라 하는데 // 떠다니는 나그네 지금쯤 몇 사람이나 되는 고 / 공연히 흰 구름만 멍하니 바라보는구나]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두견새 울음소리를 듣고]로 번역된다. 두견의 울음소리를 듣고 시상을 떠올리는 경우는 참 많았다. 그 소리가 끊어질 듯 이어질 듯 처량하기 그지없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피를 토하는 울음은 듣는 이의 애간장을 태운다는 생각들을 많이들 했음을 알게 된다. 시름에 겨운 사람들은 자기의 괴로운 심사를 여기에 빗대기도 했다.


시인은 처음부터 누군가에게 청유형을 쓰고 있다. ‘봄놀이 가자! 이제는 봄이 지나 꽃도 지고 있는데, 간절한 마음을 담은 두견은 사람을 보고 어서 돌아가라고 부르짖지 않는가’란 시주머니를 흔들어 깨운다. 봄 경치를 깨우는 선경치고는 강렬한 자기 의지를 나타내 보이고 있는 듯 하다. 봄놀이 가자는 청유는 아무래도 가깝게 지내는 친지에게 같이 가자는 의지를 나타내는 표현이었음도 선뜻 이해하게 된다.


화자는 이와 같이 봄놀이를 떠나는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을 자신과 대비를 해 보이는 시상의 맛을 우린다. 떠다니는 나그네는 지금 몇 사람이나 되는가를 묻더니만 공연하게 흰 구름만 바라보고 있다는 허탈에 빠진다. 봄놀이 떠나기는 아직은 다소 어정쩡했던 모양이다.

※한자와 어구
鵑: 두견이, 啼: 슬피 울다, 春去: 봄이 가다. 山花: 산 꽃, 落: 떨어지다. 子規: 두견(杜鵑). 勸人: 사람에게 권하다. 歸: 돌아가다. // 天涯: 하늘 끝. 하늘이 닿는 곳. 幾: 몇 사람. 多客: 사람이 많다. 空: 공연히. 하염없이. 望: 멀리 바라보다. 白雲: 흰 구름. 飛: 떠나다. 날아가다.

/시조시인·문학평론가 ㈔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