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는 ‘문학의 고장’이라 불리울 만큼 걸출한 문인들을 많이 배출한 도시이다. 일제강점기 솔머리에서 태어난 용아 박용철을 필두로 ‘고독의 시인’ 김현승, 박성룡, 김남주, 김준태, 곽재구 시인 등 뭇별같은 인물들이 한국문단을 밝혔다. 이는 광주가 호남의 중심도시로서 많은 지식인들이 모여든 결과이기도 하지만, 근현대사 전개과정에서 광주의 지정학적 위치가 남달랐음을 말해준다. 다시 말해 광주는 지식인들에게 시대적 고민을 요구하고, 이를 언어로 표출하게 이끄는 격랑의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는 문학이 당대…2022-09-06 19:47

한국의 국내외 상황이 호락호락하지 않다.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 중국, 일본과의 현안들이 첩첩산중이며 국내적으로도 물가 상승과 고금리로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팍팍하며 소비, 생산, 투자의 트리플 감소세가 나타나고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한지 4개월이 가까운데도 국정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는 것은 통치 역량과 리더십의 한계를 보여준 것이라고 국내외 언론들이 분석하고 있다. 국민들에게 활력을 주기보다는 무능을 보여주고 있다. 정치권의 집권 여당은 전 대표와 핵관들 간의 주도권 싸움으로 사법적 판단에 의해서 비대위 …2022-09-05 19:21

최근 이원석 대검차장이 검찰총장으로 내정되자, 선배기수들이 하나둘씩 검찰조직을 떠나면서 검찰조직의 지나친 연소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법원과의 기수를 비교했을 때 검찰조직의 연소화는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이러한 연소화는 수십년 동안 쌓아온 고참검사들의 경험과 경륜을 활용하지 못하고 사장시킨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렇다면 검찰에는 왜 이러한 용퇴 관행이 굳어져 있는 것일까? 이는 왜곡된 검사의 승진제도와 맞물려 있다. 검찰청법에 따르면 검사의 직급은 검찰총장과 검사로만 구분된다(제…2022-09-01 19:50

최근 지역경영전략연구소 김혜영 교수 일행과 신안군 옥도(玉島)를 방문했다. 명색이 지리학자인데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옥도가 신안군 하의면에 속하는 섬이란 정보 외에는 무지했으니 말이다. 옥도는 작은 섬(면적: 72.73ha)이지만 지리적 위치는 흥미롭다. 자은도∼암태도∼팔금도∼안좌도∼장산도∼하의도∼도초도∼비금도 등을 연결하면 다이아몬드 모양이 된다고 해서 붙여진 일명 다이아몬드 제도의 중앙에 옥도가 위치한다. 신안의 큰 섬들을 손쉽게 왕래할 수 있는 사통팔달의 위치다. 이런 위치성 때문에 옥도는 예전에 ‘…2022-08-30 19:47

한 나라의 대통령은 곧 그 국가의 품격을 말해준다. 그래서 대통령은 말 한마디 한마디, 일거수일투족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다. 특히 국가 간 외교 무대에서는 더욱 그렇다. 불편하지만, 지난 6월 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했을 때 발생한 낯부끄러운 일을 재소환치 않을 수 없다. 당시 스페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노룩악수’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돼 우리 국민의 자존심을 몹시 상하게 했다. 여기에 나토 사무총장 면담을 위해 윤 대통령이 30분이나 대기하고도 만나지…2022-08-29 19:53

제주를 일러 천혜의 보물섬이라고 일컫고 있다. 왜 무엇 때문에 그러한 명예스러운 이름표가 붙었을까? 이미 제주는 2007년 석굴암, 불국사 등과 함께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과 지질공원, 생물권 보존지역으로 등재되었으며 매년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은 1천500여 만 명을 웃돌고 있다. 해발 1천950m의 한라산을 중심으로 인구는 채 80만 명에 이르지 못하지만 넓이는 서울의 3배에 육박하며 무궁무진한 해산물과 감귤, 용과, 무를 비롯해 예전과 달리 제주민들의 경제적 수준은 날로 급상하고 있다. 그야말로 “혼저 옵서예! 놀멍 쉬멍…2022-08-28 19:31

민주당 핵심지지기반인 호남이 전국평균 37.69%를 밑도는 35.49% 저조한 투표로 민주당에 차가운 경고장을 보냈다. 역대 가장 낮은 광주의 6·1지방선거 투표율 37.7%로 침묵의 회초리를 때린 이후 두 번째 경고장을 다시 보낸 셈이다. 호남 투표율이 전국평균보다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적극 투표 층이 크게 줄었다. 확대명의 기류 속에서 이변의 가능성이 낮아 승패가 이미 기울어 투표에 흥미를 잃었다. 박빙 구도였다면 투표율은 더 높았을 것이다. 이재명의 지지층도 일부는 투표 할 필요를 못 느꼈다. 이낙연계 등 비명 …2022-08-25 18:42

지난 8월 둘째 주 여름 휴가차 가족과 함께 휴전선과 인접한 강원도 고성엘 다녀왔다. 1999년 김대중정부 시절 금강산관광을 위해 잠시 들른 지 20여 년만에 두 번 째 방문이었다. 광주에서 승용차로 왕복 12시간 넘게 걸려 고성을 다녀오는 동안 필자의 뇌리에는 우리나라가 직면한 복잡한 현재 상황을 곰곰이 곱씹어 볼 수 있었다. 넓게는 남북분단과 통일문제에서부터 좁게는 지방소멸과 지역격차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시 공간 지점에서 떠오르는 생각의 편린들이 현실세계와 겹쳐지며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강원도…2022-08-23 20:19

며칠 전 문화 관련 공직생활을 한 분과 광주에 관한 이야기를 한참 나눴다. 그런데 우리의 논의는 광주가 늙어가고 있지 않으냐는 것이었다. 광주사람들은 광주 하면 맛의 고장으로 자부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자녀들은 대구로 맛 기행을 떠난다고 한다. 광주에 뭐 먹을 것이 있느냐면서. 누가 요즘 얼마나 한정식을 먹을까? 광주시가 내놓은 광주 5미가 떡갈비, 한정식, 김치, 오리탕, 무등산보리밥이다.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이 음식이 안 좋다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정말 고객을 강력히 끌어들일 만한 광주 맛 메이드인 광주 대표…2022-08-22 20:10

현재 한국에서 가장 상석에 앉아 융숭한 대접을 받는 단어를 두 개만 꼽으라면 많은 단어들을 제치고 ‘상상력’과 ‘문화’가 선정될 것이다. 해마다 교수신문에서는 세태를 읽는 사자성어를 선정하는데, 그때그때 선정된 사장성어로 세태의 전부를 읽을 수는 없다. 세태는 1년 주기로 확연하게 바뀌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의 한국을 만든 세태 변화 속에서 수많은 사회적 화두들이 등장했다가 사라졌는데, 그 부침 속에서도 ‘상상력’과 ‘문화’는 족히 20년 이상 한국의 세태 변화를 결정하는 가장 빛나는 화두였…2022-08-21 19:23

엊그제 광복절을 맞았다. 가정마다 관공서마다 태극기를 달아야 하는데 그에 대한 통계가 없다. 태극기 달기는 거국적으로 새길수록 그 의미가 크다. 태극기는 민족의 얼이며 혼이며 자존의 표징이기 때문이다. 경제는 힘들고 정치는 방향을 잃고 흔들리고 있다. 제1·2·3 당 모두 비대위 체제인 걸 보면서 이게 정상인가 싶다. 정치가 국민을 선도하고 바른 국정을 조타해야 하는데 국민이 정치 걱정을 하는 현실이다. 하긴 국난이 있을 때면 민중(의병)이 나서서 국가를 지켰던 예가 한두 번인가. 빼앗긴 주권을 되찾는 일을 우리는…2022-08-16 20:18

한 여름밤 모깃불을 피워놓은 평상 위에서 손자, 손녀들에게 커다란 부채를 팔랑팔랑 부쳐주며 옥수수를 한 바구니 쪄놓고 먹으면서 구수한 옛날이야기를 해 주시던 할머니가 그리워진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밤하늘에 수없이 많은 별들을 베개 삼아 상상의 날개를 폈던 아름다운 추억은 언제나 소중한 기억이다. 인간은 어려운 시절을 회상할 때 한 장의 흑백사진을 보면서 ‘그래도 그때가 좋았지’라고 한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늙어지면 못노나니, 화무는 십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우나니, 인생이 일장춘몽이라 아니 놀지는…2022-08-15 19:38

“엄마, 우리 동네에 동구인문학당이 있는데요. 어르신 자서전 쓰기 프로그램에 아버지와 엄마 두 분을 신청했는데 선정됐어요!” “학교 문턱에도 못 가봤는데 내가 자서전을 쓴다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렇게 자서전을 쓰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고, 나는 오빠와 매주 수요일 아침이면 부모님을 모시고 동구인문학당을 찾아가서 그림책 자서전이 진행되는 과정을 지켜보게 됐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서 아버지(1934년생·89세)는 초등학교를 다녔으나 한글이 아니라 일본어만 배우셨고, 형편이 어려워 그나마 졸업도 하…2022-08-11 19:38

장성에서 광주로 들어오는 길목에 위치한 광산구 비아동은 일제강점기 신작로인 국도1호선이 관통하는 곳이다. 그래서 근대적 흔적이 비교적 잘 남아있다. 가장 대표적인 장소가 비아오일장이다. 1일과 6일 장이 서는 비아장은 조선시대 말에 개장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100여 년이 넘은 지금도 오일장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빌딩주차장이 새로 들어서고 편의시설이 추가돼 현대적 시장 모양을 갖춰가고 있지만, 대장간 터와 장옥을 비롯한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광주에서 다섯 번째 오래된 학교 - 원래 광산군…2022-08-09 19:36

전 세계적으로 힘든 시기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과도한 재정지출과 글로벌 공급망 교란, 그리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는 글로벌 경제를 인플레이션 압박과 금리 인상으로 내몰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상황은 당장에 저소득층과 서민들의 생활을 궁핍하게 만들고 있으며 경기 둔화와 고용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민생과 경제와는 동떨어진 정치적 계산에 열심이고 국회는 허송세월이다. 집권여당의 당 대표는 성상납의혹으로 징계를 받고 당은 비대위 체제로 전환 중이며, 그 와중에서 핵관들 간의 권력…2022-08-08 19: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