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문협회장을 떠나게 되어 몸과 마음이 이리 홀가분할 수가 없다. 어떤 직책을 맡는다는 게 일정한 책임이 뒤따르는지라 자유롭지 못한 게 사실이었다. 문협회장이란 글 쓰는 회원들의 창작고취를 곁에서 도와야 하기 때문에 기금을 만들어서 원고료도 드려야 되고 무슨 행사라도 하려면 식사비라도 부담해야 하므로 바삐 뛰는 경우가 많았었다. 며칠 전 신임 이근모 회장 초청으로 역대 문협회장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이게 됐다. 자리가 자리인지라 문협을 위한 여러 말씀들이 줄을 이었다. 글 쓰는 사람은 “중앙문단을 쳐다볼 …2023-01-17 19:38

기정학(技政學)시대다. 기술 중심으로 지역 글로벌 연결과 협력이 필요한 시대다. 지정학(地政學)시대는 지리적 위치가 결정적이었다. 그러나 기술 중심의 시대엔 상황이 다르다. 영토가 작아도 세계의 중심이 될 수 있다. 우리 대기업이 세계시장에서 증명했다. 기술 중심 경제로 이미 한국은 선진국 대열에 올라섰다. 정보통신 반도체 배터리 문화 강국 한국은 우리의 입지를 버티게 해 주고 있다. 광주도 우수한 기술이 있다면 세계 중심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기정학 시대의 대세는 여전히 미·중 기술패권전쟁이다. 기술패권…2023-01-16 19:35

우리나라 최전방 파주 문산의 임진각을 방문했다. 여기 저기 ‘지뢰밭’이라 써 놓은 문구로 이곳이 말로만 듣던 비무장지대(DMZ)임을 알 수 있었다. 남북을 가로지르는 비무장지대에는 이름 모를 새들이 자유롭게 날고 있었다. 나무들은 겨울을 나느라 황갈색 외투를 맞춰 입었고 싸늘한 바람은 옷깃을 스쳤다. 곤돌라가 강 하나 사이를 두고 오가고 있어 한 발자국이라도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서 곤돌라를 타고 넘어갔다. 하늘도 푸르고 강도 푸른데 철조망이 검은 빛으로 가로막고 있었다. 어언 72년의 세월이 흘러 철조망도 통일도 녹…2023-01-15 19:00

시간이 공간에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장소가 된다. 인간의 존재 방식이다. 나는 매년 1월이 오면 시간을 돌아본다. 그리고 한 해의 시간을 그려본다. 시·공간에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장소가 되고 그 사람들의 서사는 역사가 된다. 기록되지 않은 시간은 있어도 역사적이지 않은 시간은 없다. 민주광장과 금남로를 걷다 보면 자주 만나는 사람들이 있다. 시공간 중에서도 민주광장에서 우연히. 우연히 몇 번을 반갑게 만난 김준태 시인, 시인은 전일빌딩245에서 창작하며 날마다 민주광장과 금남로를 산책하고 영감을 받는다…2023-01-12 18:46

계묘년 새해 첫 칼럼을 쓰기 위해 지난해 썼던 첫 칼럼을 펼쳐보았다. 1년 전 썼던 글의 내용이 얼마나 현실과 부합되었는지, 그리고 당시 글에서 다루었던 이슈와 현재 상황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지난해 이맘때는 대통령 선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던 터라 대선 후보들에 대한 여러 가지 쟁점들에 관해 논의가 집중되었다. 주요 논점은 누가 더 국민의 눈높이에 맞을지, 그리고 누가 더 호남을 진정성 있게 껴안을 것인지 변별하는데 펜을 곧추세웠다. 이와 함께 코로나로 위축된 경제 상황에 대한 우울한 지…2023-01-10 19:22

계묘년(癸卯年) 새해가 밝았다. 이맘때면 항상 덕담에 빠지지 않는 단어는 가족과 개인의 ‘건강’이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1년을 보내기 위해 여유 있게 계획을 세워 보자. 어린 시절 눈이 많이 오면 동네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둠을 만들어 동네 뒷산으로 토끼몰이를 하러 갔다. 토끼를 잡든 안 잡든 간에 땀을 뻘뻘 흘리며 온 산을 뛰어다니면서 한겨울을 건강하게 보냈다. 여러 동물이 있지만, 토끼는 강하다. 왜 강하냐 하면 토끼는 ‘깡’과 ‘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깡다구를 갖고 사는 토끼, 총을 가지고 있는 토끼, ‘깡총…2023-01-09 19:26

CG가 만들어낸 의 세계적 흥행과 중계되는 전쟁을 보며, 이미지가 인류의 삶을 더 크게 좌우하게 될 것이란 걸 의심할 수 없다. 이제 문자의 세계는 인류에게 어떤 의미일까? 미셸 투르니에(1924-2016)의 소설 『마왕』에 재미있는 예화가 등장한다. 경찰과 실랑이를 벌인 남자가 그 기록을 없애기 위해 경찰서를 통째로 불태우는데 성공하자, 관공서를 돌아다니며 모든 서류를 불태운다. 남자는 자신의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발견한다. “그는 매우 기이한 현상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가 서류 제거하는 임무를 완수한 지역마다 사람들…2023-01-08 19:00

10여년 전, 모 의대 교수 대상 교수법 강연 중에 한 노교수님이 이런 질문을 했다. “수업 중에 검은 마스크를 끼고, 모자를 푹 눌러쓴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학생들을 보면 화가 치밀어 한소리 하고 싶은데,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당시에는 마스크 착용이 보편화 되지 않았던 상황이다. 그래서 내가 사용하고 있는 모자 벗기기 위한 넛지(nudge. 넌지시) 기법을 소개한 적이 있다.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자 마스크 착용의 답답함과 호흡곤란, 신체발달 및 피부질환, 의사소통의 어려움 등등 많은 문제가 제기되었다. 코…2023-01-05 19:21

작년에 정년퇴직한 필자는 (사)전남경제연구원에 재취업했다. 지자체에 교통, 복지, 지역발전 등과 관련된 정책을 컨설팅하는 학술 연구기관이다. 연구원 식구는 9명으로 단출하다. 모두 전남대 학부와 대학원 출신이다. 특정 대학과 대학원 출신으로만 채워져 이상할 수 있다. 그러나 전문성이 요구되는 연구기관이란 속성을 고려하면 지극히 정상적이다. 전남대 졸업자는 주로 어느 곳에서 직장을 잡을까. 당연히 광주와 전남이다. 2001년 졸업자의 48.8%가 광주와 전남에서 취업했다(안영진, 2001년). 최근엔 더 늘어 2017년 51.0%,…2023-01-03 19:40

육십간지 40번째인 계묘년 검은 토끼의 해가 밝았다. 지난 3년 가깝게 지속된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인플레이션의 압력과 고금리로 민생은 침울하지만 새해를 맞아 희망을 가져본다. 역사적으로 1903년 계묘년은 대한제국 광무 7년이다. ‘옛것을 근본으로 삼고 새것을 참고한다’는 구본신참(舊本新參)의 기조로 1897년 ‘광무개혁(光武改革)’이 시행됐지만 개혁은 전제정치의 황제권 강화를 위한 군사제도에 치중하다 보니 민권도 보장하지 못하고 밀려드는 열강의 지배 야욕에서 벗어나지 못해 2년 후에 일본에 의한 을…2023-01-02 19:09

매년 이맘때면 흔히 쓰는 말 가운데하나가 “다사다난했던 일 년이 지나갔다”는 것인데, 지난 임인년(壬寅年) 역시 예외가 아니라고 해야 하겠다. 촛불집회와 대통령탄핵이라는 격랑 속에 출범한 문재인 정부를 이을 20대 대선에서 사상 초유의 대접전이 나타났고, 결국 국민들은 권력승계가 아닌 ‘정권교체’를 선택하였다. 그러나 새롭게 등장한 윤석렬 정부는 이미 확립되어 있는 국회에서의 ‘여소야대’ 그것도 170석을 상회하는 거대야당의 견제를 받지 않으며 안되는 한계를 지닌채 탄생하였다. 더욱이 거대야당의 대표에 대선…2023-01-01 18:29

2022 임인년의 태양이 식어가고 있다. 이맘때쯤이면 못내 아쉬움이 커야 할 터인데, 올핸 전혀 그렇질 않다. 올 한 해 한국 사회를 한 마디로 잘라 말한다면 혼돈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새해 벽두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39층 건물 외벽이 무너져 노동자 6명이 목숨을 잃은 것을 시작으로 대형 산불과 폭우로 인한 침수피해, 물류센터 화재, 이태원 참사에 이르기까지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재난이 끊이질 않았다. 이러한 사고들은 충분히 예견 가능한 것이었으나,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이 인명…2022-12-29 19:20

광주 최대 문학단체인 광주문인협회(이하 광주문협) 제14대 회장 선거가 지난 12월23일 뜨거운 열기 속에서 막을 내렸다. 이례적으로 3명이 출사표를 던진 이번 선거에서 이근모 시인(73)이 박덕은 김석문 두 후보의 거센 도전을 물리치고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3년 전 선거에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신 바 있는 이 시인은 절치부심 끝에 가장 많은 회원들의 지지를 받아 명예를 회복하게 되었다. - 이근모 시인 재도전 끝에 영예 - 광주시교육청에서 고위직 공무원으로 퇴직한 이 당선인은 그동안 광주시인협회장, 광주문인협회 부회장…2022-12-27 19:28

그리스 신화에서 오디세우스(Odysseus)는 트로이 전쟁의 영웅이자, 트로이 목마의 고안자로 잘 알려져 있다. 트로이 전쟁에 출정하게 된 오디세우스는 친구인 멘토르(Mentor)에게 자신의 집안일과 아들 텔레마코스(Telemachos)의 교육을 맡겼다. 멘토르는 오디세우스가 전쟁으로 돌아오지 못했던 20여년 동안이나 텔레마코스를 돌보며 가르쳤다. 텔레마코스는 멘토르의 도움과 지혜로운 격려로 잘 성장했다. 오늘날 일반 회사나 학교 교육에서 자주 사용되는 용어 ‘멘토’의 어원이 되는 그리스 신화의 주요 내용이다. 이후 멘토는 무언가…2022-12-26 22:09

국회와 광주시가 예산을 둘러싼 초유의 사태로 진통을 겪고 있다. 정부 예산은 12월2일이 법정시한이었다. 헌법 54조가 회계연도 30일 전까지 예산안을 의결하도록 국회에 명령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12월9일, 국회의장이 지정한 15일, 19일을 넘기면서 기한 갱신을 계속하고 있다. 언제 여야 합의를 할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자 김진표 국회의장이 23일 예산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개의하겠다고 발표했다. 여야 합의 불발 시 정부 원안이나 야당 수정안을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합의 종용을 위한 압박…2022-12-22 18: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