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진 한 장이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빗속에서 브리핑하는 법무부 차관 뒤에서 법무부의 한 사무관이 무릎을 꿇고 우산을 들고 있는 모습이다. 이 사진 한 장으로 공직사회에서 관행화되어 왔던 과잉 의전의 모든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말았다. 이 사진은 과잉 의전이 반드시 청산되어야 하는 이유를 여실히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으로 앞으로도 계속 회자될 것이다. 의전의 사전적 의미는 행사를 치르는 일정한 법식 또는 정하여진 방식에 따라 치르는 행사이다. 의전은 외교 분야에서 가장 핵심적인 업무였다. 지금은 공직사회…2021-09-02 19:46

세계 4위의 연구역량을 자랑하는 광주과기원에서 뚜렷한 명분도 없는 총장 퇴출시도로 법적 다툼이 돼 지난 5개월간 학교행정이 마비되고 학교개혁 중단, 예산과 발전동력 좌절, 국갇지역의 연구개발 혁신기능 약화 등 많은 손실로 위기를 맞고 있다. 필자는 광주과기원 사태를 보면서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리더의 폭주에 대해, 적절히 대처 못 하는 학교와 지역사회에 한없는 자괴감을 느껴왔다. 그러나 최근 과기부 감사결과, 총장에게 특별한 잘못이 없다고 한데다 이사장이 뒤늦게 문제를 인식했는지 사표를 제출하고, 감사가 새…2021-09-01 19:41

광복 76주년을 맞이하기까지 수많은 역사적 질곡이 있었지만 압축성장으로 이룩한 대한민국의 경제화와 민주화는 교육의 성과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선진국으로 진입하면서 삶의 행복이라는 관점에서 교육적 성찰과 대안이 요청되고 있다. 2021년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9년째 자살이 우리나라 청소년(9~24세) 의 사망원인 1위이며, 13-18세 청소년이 가장 큰 고민거리는 공부(46.5%)와 외모(12.5%), 직업(12.2%) 순 이었다. 특히 중·고생 25%는 우울감을 경험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아동 청소…2021-08-31 19:53

1966년 만들어진 서부영화 ‘석양의 무법자’는 원제목이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였다. 원제목을 그대로 해석하면 ‘좋은 놈, 나쁜 놈, 추한 놈’이다. The Bad와 The Ugly는 인정할 수 있지만, The Good이 문자 그대로 좋은 놈이었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2008년 ‘석양의 무법자’ 원제목을 패러디한 한국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 만들어졌는데, 주인공인 현상금 사냥꾼, 마적단 두목, 열차털이범 중에서도 역시 ‘좋은 놈’을 선택하기는 어렵다. 정치판을 볼 때마다 ‘석양의 무법자’가 떠오른다. …2021-08-29 19:44

여당 야당을 가리거나, 사안에 대한 옳고 그름의 문제를 따질 일이 아니다. 정확한 사실관계는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고, 각자가 주장하는 시시비비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가려지지 않겠는가. 하지만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의 기자회견은 정치를 떠나 우리 사회 전반에 흐르고 있는 여러 가지 논점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충격을 주고 있다. 윤 의원은 대통령 후보경선 중단과 국회의원직 사퇴를 발표하면서 “염치와 상식”을 그 이유로 들었다. 일단 국민의 한사람으로 박수를 보낸다. 누구에게나 흠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흠이 드…2021-08-26 19:29

무관심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우리’를 넘어 ‘다름’을 넘나드는 초국가적, 지구적 차원의 돌봄 연대를 상상하며 ‘보편적 돌봄’을 선언한 더 케어 콜렉티브(the care collectives)의 ‘돌봄 선언’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초유의 전 지구적 위기 앞에서 중요한 키워드로 떠오른 ‘돌봄’에 관한 매니페스토를 제시하고 있다. 작년과 올해 학교와 유치원 등의 공공교육 및 문화와 예술등의 공공 공간이 문을 닫은 상황에서 우리가 가장 먼저 직면해야했던 어려움은 어린 자녀, 노인, 장애인 등의 사회취약계층에 대한 돌봄에 관한 문…2021-08-25 19:15

노성만 총장님 부음에 필자는 귀를 의심했다. “내가 입원해 이 교수 아들 혼사에 못갔어”라는 전화 목소리는 활력이 넘쳤다. 병문안을 간다는 필자 청을 거절하면서 곧 퇴원할 테니 염려 말라 했다. 불과 6개월 전 일이다. 그랬던 총장님이 지난 18일 향년 83세를 일기로 우리들 곁을 떠났다. 총장님은 의업(醫業) 명문가 출신 장손이다. 1939년 4월26일 광주시 양림동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는 광주숭일학교를 졸업하고 세브란스의전에 들어갔다. 의대 2학년 때 미국에 유학 갔고 귀국해서는 광주 제중병원(현 광주기독병원) 의사가…2021-08-24 19:54

얼마 전, 핸드폰 가게에 들를 일이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사장님! 어서 오세요”라며 젊은 친구가 상냥하게 인사를 건넸다. 사장님이라…. 듣는 이에 따라서 말의 뉘앙스가 다르겠지만, 지금껏 살면서 ‘사장’이란 명함을 한 번도 가져본 적 없거니와 앞으로도 그럴 개연성이 일도 없는 나로선 멋쩍은 인사였다. 센스있는 직원은 얼른 내 표정을 읽고 “아버님! 뭘 도와드릴까요?”라며 더욱 공손함을 보였다. 이건 또 웬 시추에이션인가, 저렇게 싹싹한 아들을 둔 적 없는 나에게 아버님이라니…. 물론, 핸드폰 가게 직원이…2021-08-23 19:15

올여름 우리는 지금까지 겪어 보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여름을 보내고 있다. 우리가 사는 동네나 지역을 떠나 지구 전체에 영향을 받는 글로벌한 시대에 살고 있다. 코로나 4차 팬데믹으로 인한 공포와 기후재앙 그리고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일상의 통제 속에서 그 어느 때 보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생활 속에서 즐거운 일이 점점 사라지고 우리의 삶의 당도도 떨어지고 있다. 코로나 블루로 불리는 코로나 우울증은 이제 일상이 되어 가고 있고, 아프지 않은 사람이 없다고 할 정도로 여기저기가 다 아프다. 불행 중 다…2021-08-22 19:30

한국사회는 부동산 정책실패와 지속적인 소득 양극화, 그리고 코로나19의 K-방역과 백신 접종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고용, 학력, 업종, 성별 등에서 극심한 격차로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또한 부품·소재 등 산업 경쟁력 약화, 한반도 불안정, 백신의 생산능력 부재에 직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이 7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여야 정치권은 물론 제3지대에서도 상당수의 후보들이 대선을 향해 뛰고 있다. 대선 후보나 경선 후보들은 한국의 진로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으면 바꾸어야 할 것이고 헤매고 있다면 빠…2021-08-17 19:54

세계적 IT 재벌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중국기업에 대한 신규투자를 보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간 알리바바 디디글로벌 등 중국 IT기업 초기투자로 큰 성과를 본 소프트뱅크가 이런 결정을 한 이유를 손 회장은 ‘중국은 여전히 기술혁신과 AI 허브이지만 새로운 규제들이 나오고 있고’ ‘최근 규제가 종잡을 수 없어 투자를 둘러싼 위험이 좀 더 명확해질 때까지’라고 말한다. 이 소식을 듣고 소프트뱅크의 새 투자처가 어디가 될지, 우리가 반사이익을 받지 않을지 관심이 높다. 얼마 전 소프트뱅크는 우리나라 쿠…2021-08-16 19:21

인간의 욕망이 대재앙으로 향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마스크를 쓰고 사람을 만나고 인터뷰하고 강의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인간이 옷을 입게 된 것도 마스크처럼 시작된 것일까? 매일 충격적인 기후위기의 뉴스들이 나오고 있지만, 욕망의 열차는 멈추지 않고 가속도를 내며 달리고 있다. 최근 국제 뉴스 영상에는 끔찍한 장면이 포착되어 공개됐다. 북극곰 가족 이야기다. 빙하가 녹아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북극곰이 물고기를 사냥할 수 없게 되자, 굶주린 아빠 곰은 엄마 곰이 아무리 말려도 자식 곰을 잡아먹는…2021-08-12 18:39

도쿄 올림픽이 끝났다. 메달로 표시되는 한국의 공식적인 성적표는 금 6·은 4·동 10개로 총 20개 메달을 획득하여 세계 16위를 기록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느낀 것이지만, 올림픽은 메달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예를 들면, 김연경 선수가 이끈 여자배구는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그 어떤 메달보다 더 큰 감동을 안겨주었다. 김연경 선수의 투혼은 물론이요, 선수 모두가 하나가 된 모습은 코로나와 불볕더위로 힘든 국민에게 최고의 선물이었다. 정칟경제·문화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수도권 집중현상이 갈수록 심해져 가고…2021-08-11 18:18

‘최전선’이란 말은 적과 맞서는 전선의 선두를 의미하며 상대와의 일촉즉발의 비상사태가 연상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최전선’ 에다 ‘글쓰기’를 올려서 글쓰기 프로그램을 진행하였고 목표보다 성과가 다대했음을 경험하였다. 광주문협이 서구청의 후원으로 진행한 평생교육프로그램의 이름이 ‘글쓰기의 최전선’이다. 보통 하듯이 강좌를 명명했으면 밍밍했을 턴데 네이밍에다 ‘글쓰기의 최전선’으로 하니 수강생들의 관심을 끌었던 것일까. 9주간 진행된 이 강좌는 기간 내내 진지하고 그 효과 또한 공개하고 싶을 만큼 컸었…2021-08-10 23:17

다가오는 남도의 가을은 풍성한 두 비엔날레를 맞이하고 있다. 그러기에 가슴이 설레며 개막일이 하루하루가 기다려진다. 무엇보다도 광주디자인비엔날레와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가 동시에 열리는지라 시·도민들에게는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기간은 9월1일부터 10월31일까지로 장장 두 달간이라고 한다. 이처럼 광주와 전남이 동시에 비엔날레를 갖는 경우는 지난 2018년, 광주비엔날레와 전남수묵비엔날레가 열린 이후 두 번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정도 천년을 맞아 수묵화의 전통을 잘 이어 온 전남이 자부심을 갖고…2021-08-09 19: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