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최후의 항쟁이 있었던 구 도청 앞 민주광장 시계탑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졌다. 5시18분이다. 날마다 그 시간이면 광장에 울려 퍼진다. 님을 위한 행진곡. 나는 장소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치유예술가로, 그곳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가에 귀기울인다. 군부쿠데타에 맞서 모인 시민들은 질서정연하게 원형광장에 모였고, 어떻게 우리들의 삶을 지킬 것인가에 대해 발언했다. 지혜를 모았고 그 집단지성의 힘은 밥을 나누고 피를 나누는 대동세상 10일간의 시간을 공유했다. 1980년 나는 열세 살의 눈으로 그 광장을 보…2021-06-10 19:37

전라도를 특징적으로 말할 때 먼저 떠오르는 것은 저항의 이미지다. 저항은 어떤 외부의 힘에 의해 위해가 생겼을 때 정의의 수호와 생존을 위한 반사적 행동에서 비롯된다. 허나 위해가 반복되면 저항은 일상이 되고 기질로 굳어지기도 한다. 긴 역사에서 전라도는 당하고만 살아온 아픔의 세월이었다. 저항을 한다는 것은 목숨을 내놓고 재산을 걸어야 할 만큼의 고통을 수반한다. 그러면 저항으로 지켰으니 이후는 잘 살게 되느냐하면 그렇지도 않고 팍팍한 생활의 연장이기 십상이다. 전라도가 무슨 죄가 있을 리 만무한데도 위협…2021-06-08 19:31

재테크 열풍이 갈수록 거세다. 초저금리 시대에 자산을 불릴 마땅한 방법이 없다 보니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재테크에 여념이 없다. 예전에는 부동산을 이용한 재테크가 대세였으나 각종 규제가 심해지면서 요즘은 주식이다. 심지어 젊은 세대들은 코인시장에 뛰어들기도 한다. 상하한이 정해져 있는 주식보다는 등락률에 제한이 없고 24시간 쉬지 않고 운영되는 코인시장이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더구나 젊은층 사이에서 경제적으로 독립해서 조기에 은퇴하려는 FIRE(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족 열풍이 불면서…2021-06-03 19:36

법고창신(法古創新: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의 대전환 시대에 국민은 분열과 갈등의 원인이 되었던 동이불화 (同而不和: 같음은 불화이다)에서 화이부동(和而不同: 다름이 평화이다)으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경제 및 교육 격차에 따른 계층 간 지역 간 불평등의 해소가 한국사회의 가장 중요한 시대 정신이 되고 있다. 계층 간의 불평등은 연령대별 기회에 대한 불공정이며, 지역 간의 불평등은 정치, 경제, 법률, 문화 등의 권력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나타난 불균형이다. 계층 간 지역 간 불평등은 연동되어 있으…2021-06-01 18:55

광주에서 자발적인 무등산 사랑이 시작된 지 올해로 32년이 되었다. 사람으로 치면 유·소년기를 거쳐 이제는 성숙한 장년의 나이에 접어든 셈이다. 그간 오로지 무등산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열정으로 무등산 하나만을 바라보며 당당하고 꿋꿋하게 걸어온 길이다. 이러한 힘의 원천은 순전히 무등산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한마디로 광주의 진산(鎭山)인 무등산은 광주의 영원한 모성(母性)이자 시민들의 정신적 모태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언제부터인지 광주 하면 ‘무등산’, 무등산 하면 ‘광주’라는…2021-05-31 20:07

새는 양 날개로 날아오른다. 두 날개를 이용해 더 높이 날아오르기도 하고 낮은 곳으로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이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치이고 정상적인 현상이다. 만약 새의 두 날개 중 어느 한쪽이 부러지거나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새는 날아오르지 못할뿐더러 오래지 않아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정치도 이와 다르지 않다. 정반합의 원리로 나아가는 특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 바로 정치이기 때문이다. 정치에 있어서 대립과 견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상대에게 잘못된 점이 있으면 꼼꼼하게 지적하고 다른 방안을 제시하면…2021-05-27 19:50

필자는 언제부터인가 서울에 가면 괜히 울화가 치민다. 계속 진화하는 서울 모습에서 심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서울의 여러 풍경은 다른 나라에 와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일명 ‘서울 공화국’ 말이다. 서울이 딴 나라로 느껴지는 결정적인 요인은 무엇일까. 사람 때문이다. ‘도시의 승리’를 쓴 하버드대 에드워드 글레이저 교수는 “진정한 도시의 힘은 사람으로부터 나온다”고 했다. 도시에 부와 권력이 모여 도시 성장을 지속시키는 요체(要諦)는 사람이라는 주장이다. 부자, 권력을 가진 자, 유능한 엘리트, …2021-05-25 19:13

며칠 전 일이다. 실로 놀랄만한 장면을 접했다.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나 나올 법한 옛 시묘살이 모습이다. 지금이 어느 땐가. 우주선을 타고 달나라와 화성을 들락거리는 시대가 아니던가. 그런데 고전 소설에서나 등장하는 한 효자의 시묘살이 실천은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더 놀라운 것은 그 주인공은 연세 지긋한 백발노인이 아닌, 이제 겨우 환갑을 넘긴 59년생 젊은 청년(?)이란 사실이다. 성균관 청년유도회 중앙회장을 지낸 강진 유생 김득환 선생이 바로 그다. 김 선생의 본격적인 시묘살이는 2009년으로 거슬러…2021-05-24 19:10

사면 이야기가 자꾸 나온다. 찬반이 갈리고, ‘사면’이 국민들을 갈라서게 만드는 또 하나의 분쟁 지점이 되고 있다. 말이 많을 수밖에 없다. 헌법에 따라 대통령에게 보장된 권한이지만, 사면은 정의와는 거리가 멀다. 사면권을 갖는 것도, 사면권을 행사하는 것도, 사면의 대상이 되는 것도 정의와는 무관하다. 깨끗한 눈송이처럼 정의로운 자가 감옥에 갇히는 것은 드문 일이고, 사면이 그 드문 경우를 위해 행사된 사례는 더욱 드물다. 삼한시대에 ‘소도(蘇塗)’라는 곳이 있었다. ‘삼국지’ 위서(魏書) 한전(韓傳)에 가장 자…2021-05-23 19:07

제20대 대선이 10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여야 대선후보들의 세 과시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여권은 4·7 재보선 참패로 새 지도부를 구성하였고 범야권은 자중지란의 형세이다. 정부도 국정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위해 국무총리와 5개 부처 장관의 개각을 단행하여 인사청문회를 거쳤다. 그러나 야권은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면에서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후보자들의 지명철회와 자진사퇴를 압박했다. 여권은 해수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명목으로 단독으로 총리 임명 동의안을 가결시켰고 2개 부처 장관의 인사청문경과보고…2021-05-19 19:17

문재인정부에서 한국문화기술연구원(CT연구원) 설립이 물 건너가고 있다. 문체부의 CT연구원 예비타당성조사 연구 용역과 예타 신청이 느려지다가 올 하반기에나 예타신청을 하거나 정부 내부의 반대에 봉착하게 되면 아예 내년으로 넘겨질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내년은 대선과 새정부 출범이 있는 터여서 문재인정부의 공약이었던 CT연구원 설립은 무산되고 다음 정부로 넘어가게 될 처지다. 안타깝다.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데도 우리 지역 정치권에서 관심도 별로 없고, 대책도 세우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광주시장, 광주…2021-05-17 19:0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확산 이후 아동들의 비만 이 급증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지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19사태로 인해 학교가 휴교하거나 비대면 수업으로 인해 급식과 체육 수업이 중단되면서 아동들의 영양발달, 신체발달 측면에서 부정적인 결과가 초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광주·전남지역도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로 인해 각종 생활체육시설은 물론 체육관 등 체육시설까지 문을 닫는 경우가 속출하다 보니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2021-05-16 18:07

인간(人間)의 ‘간間’자는 사이를 뜻한다. 인간세상은 관계로 창조되고. 인간의 인식프레임은 일체를 펼치고 규정한다. 신성한 시선은 덩어리라는 물질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물체와 물체의 사이, 존재와 존재 사이, 텅 비었다고 인식하는 그것을 보는 것이요, 예술은 그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고 들리지 않는 것을 들리게 하며, 몸의 움직임과 감각을 통해서 말로 다 할 수 없는 것들을 표현한다. 신들린 듯 보이는 것도 그런 이유다. 예술가는 ‘사이’에서 작업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번 광주비엔날레 전시장을 …2021-05-13 19:53

‘내가 살았던 세월을 글로 쓴다면 책이 몇 권은 됐을 것이다.’이런 말은 특히 여인네들이 한탄할 때, 무엇인가 억울할 때 쏟아내는 말이다. 무엇이 그리 서럽고 복받칠 때 땅이라도 치면서 얼마나 사연이 많았고 당하고 사는 세월인지 ‘책이 몇 권 된다’고 했을 것인가. 글을 배울 기회가 없었으나 소설 같은 형태로 표현한다면 그리했을 것이라고 풀이된다. 서러운 여인은 그 순간 작가가 되는 것이다. 글은 그냥 써지는 것이 아니다. 동기부여가 있고 살아온 세월이 애절해 그대로 삼킬 수 없는 것이 있어 표현의 욕구가 솟아 나올 …2021-05-11 19:38

아시아권 최대의 현대미술전시회인 제13회 광주비엔날레가 순조롭게 막을 내렸다.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상황으로 지난해 9월 개최 예정이었다가 올해 2월과 4월로 두 번이나 연기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개막했으나 차분하게 마무리하고 다음 비엔날레를 기대하게 한다.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전시기간을 39일로 단축하고 철저한 방역체계에 따라 관람객을 받아 북적거리지는 않았지만 전시회 자체는 매우 수준급이었다는 미술계 안팎의 평가가 나왔다. 제13회 광주비엔날레는 본전시인 주제전을 비롯 GB커미션, 파빌리온프로젝트…2021-05-09 18: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