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면 흔히 쓰는 말 가운데하나가 “다사다난했던 일 년이 지나갔다”는 것인데, 지난 임인년(壬寅年) 역시 예외가 아니라고 해야 하겠다. 촛불집회와 대통령탄핵이라는 격랑 속에 출범한 문재인 정부를 이을 20대 대선에서 사상 초유의 대접전이 나타났고, 결국 국민들은 권력승계가 아닌 ‘정권교체’를 선택하였다. 그러나 새롭게 등장한 윤석렬 정부는 이미 확립되어 있는 국회에서의 ‘여소야대’ 그것도 170석을 상회하는 거대야당의 견제를 받지 않으며 안되는 한계를 지닌채 탄생하였다. 더욱이 거대야당의 대표에 대선…2023-01-01 18:29

2022 임인년의 태양이 식어가고 있다. 이맘때쯤이면 못내 아쉬움이 커야 할 터인데, 올핸 전혀 그렇질 않다. 올 한 해 한국 사회를 한 마디로 잘라 말한다면 혼돈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새해 벽두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39층 건물 외벽이 무너져 노동자 6명이 목숨을 잃은 것을 시작으로 대형 산불과 폭우로 인한 침수피해, 물류센터 화재, 이태원 참사에 이르기까지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재난이 끊이질 않았다. 이러한 사고들은 충분히 예견 가능한 것이었으나,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이 인명…2022-12-29 19:20

광주 최대 문학단체인 광주문인협회(이하 광주문협) 제14대 회장 선거가 지난 12월23일 뜨거운 열기 속에서 막을 내렸다. 이례적으로 3명이 출사표를 던진 이번 선거에서 이근모 시인(73)이 박덕은 김석문 두 후보의 거센 도전을 물리치고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3년 전 선거에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신 바 있는 이 시인은 절치부심 끝에 가장 많은 회원들의 지지를 받아 명예를 회복하게 되었다. - 이근모 시인 재도전 끝에 영예 - 광주시교육청에서 고위직 공무원으로 퇴직한 이 당선인은 그동안 광주시인협회장, 광주문인협회 부회장…2022-12-27 19:28

그리스 신화에서 오디세우스(Odysseus)는 트로이 전쟁의 영웅이자, 트로이 목마의 고안자로 잘 알려져 있다. 트로이 전쟁에 출정하게 된 오디세우스는 친구인 멘토르(Mentor)에게 자신의 집안일과 아들 텔레마코스(Telemachos)의 교육을 맡겼다. 멘토르는 오디세우스가 전쟁으로 돌아오지 못했던 20여년 동안이나 텔레마코스를 돌보며 가르쳤다. 텔레마코스는 멘토르의 도움과 지혜로운 격려로 잘 성장했다. 오늘날 일반 회사나 학교 교육에서 자주 사용되는 용어 ‘멘토’의 어원이 되는 그리스 신화의 주요 내용이다. 이후 멘토는 무언가…2022-12-26 22:09

국회와 광주시가 예산을 둘러싼 초유의 사태로 진통을 겪고 있다. 정부 예산은 12월2일이 법정시한이었다. 헌법 54조가 회계연도 30일 전까지 예산안을 의결하도록 국회에 명령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12월9일, 국회의장이 지정한 15일, 19일을 넘기면서 기한 갱신을 계속하고 있다. 언제 여야 합의를 할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자 김진표 국회의장이 23일 예산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개의하겠다고 발표했다. 여야 합의 불발 시 정부 원안이나 야당 수정안을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합의 종용을 위한 압박…2022-12-22 18:52

우리가 제국이었던 적 있었던가. 이것이 이글을 시작하는 필자의 주제의식이다. 우리 역사에서 가까이는 일본제국에게 국가를 빼앗긴 아픈 세월이 있었고 거슬러 몽골 제국에게 굴욕의 쑥대밭을 경험했거나 수당(隋唐)으로부터 국가적 위협에 처한 적이 있다. 제국이란 무엇인가. 원래는 ‘황제가 다스리는 국갗를 이르는 말이었다. 허나 이탈리아 사상가 네그리에 의해 “지구화 시대의 새로운 주권 권력”을 지칭하는 말로 재정립하였다. 한마디로 해당분야에서 패권(覇權)적 국가를 의미하는 말로 바뀐 것이다. 우리의 역사는 부끄…2022-12-20 19:24

광주·전남의 매력을 살려야 한다. 지역의 매력도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기업 유치 등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가 필요하다. 최근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 지역경제세미나에서 나왔던 핵심 내용이다. 세미나에서는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이라는 주제의 보고서가 발표되었는데 2020년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중에서 광주의 매력도는 10위, 전남은 16위였다고 한다. 광주의 매력도는 2015년 15위에서 10위로 계속 상승했고, 전남은 13위에서 16위로 떨어졌다. 광주의 매력도가 상승하고 있는 것은 지역총생…2022-12-19 19:52

가뭄이 지속되면서 광주시민의 식수원인 동복호 저수율이 30%까지 낮아지는 비상상황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내년 초부터는 제한급수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그동안 먼 얘기로만 생각되었던 기후변화가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을 넘어서 이제는 일상생활의 기본 조건인 물 문제와 직결되어 턱밑 위협으로 다가와 있다. 그동안 광주는 물과 관련해서는 걱정 없이 살아왔다. 주요 상수원인 화순 동복호와 순천 주암호가 넉넉한 수량을 확보하고 있어 물 부족에 따른 불편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 물 가뭄 슬기…2022-12-13 19:06

지난해까지 코로나19로 인해 많이 사라졌던 붕어빵, 어묵 등을 파는 포장마차가 이제는 제법 곳곳에 자리를 잡고 차가운 겨울바람을 잠시 쉬어 가게 한다. 필자도 가끔 길을 지나다가 차를 세우고 언 손을 녹이며 어묵 국물에 허기진 배를 따듯하게 채울 때 학창시절의 추억이 새록새록 되살아 나곤한다. 예전에는 포장마차에 남폿불이라고 하는 호롱불 같은 가스불로 근근이 어둠을 밝혔던 기억이 난다. 찬 바람이 부는 겨울이 오고 연말이 되면 올 한해도 어떻게 이렇게 살아왔을까 하고 위안을 해보면서 한 해를 정리하게 된다. 밀레니…2022-12-12 19:20

한국은 지구촌의 첨단 과학기술이 낳은 따끈따끈한 것들이 가장 빠르게 실험되고 접목되는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사회다.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가 아니라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어야 한다”는 구호의 말을 금과옥조처럼 떠받드는 풍조로도 증명 가능하다. 기술이든 시스템이든 새로운 것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것은 그 사회가 진취적이고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는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절대적으로 꼭 그런 것은 아니다―. 경제적 발전이 시급했던 한국에서는 실험적 수용이 반세기 이상…2022-12-11 19:33

얼마 전 목포해변에서 버려진 폐그물 속에 들어가 해변 쓰레기들을 끌고 계단을 걷고 해변을 걷는 퍼포먼스를 했다. 퍼포먼스가 끝나고 그물 속에서 계단을 오르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리고 몸부림칠 수록 더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돼 밖에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다는 경험을 공유했다. 그 퍼포먼스에 사용된 그물과 바닷가에서 주운 쓰레기는 설치미술 작품이 돼 목포 송자갤러리에 전시됐다. 바다에 버려지는 많은 것들에 대한 사유가 필요하다. 어느 어촌이나 해변 한쪽에 쌓여있는 폐그물들과 스티로폼을 쉽게 발견할 수…2022-12-08 18:59

광주전남연구원(이하 광전연)이 난타를 당하고 있다. 광주연구원과 전남연구원으로 분리하자는 주장 때문이다. 강기정 광주시장이 분리에 긍정적 시그널을 보내자, 전남도의회 의원들이 맞장구를 치면서 사단을 불러왔다. 문제는 분리 주장이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계속될 징조가 있어 우려된다. 지역민들은 의아해한다. 광전연 운영에 문제가 많았나. 광주시와 전남도가 광전연을 전폭 지원했음에도 연구원들이 태만했나. 애초에 광전연 통합이 잘못된 결정이었나. ‘상생’으로 포장된 정치적 쇼였던 것인가. 통합 7년밖에 안된 광전연…2022-12-06 19:18

나라가 어수선하다. 이태원 대형 참사가 발생한지 벌써 한 달이 흘렀지만 원인 규명과 책임 소재를 밝히는 수사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 국민들은 답답하고 불안하다. 그나마 여야는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계획서를 채택해서 다행이지만 벌써부터 정쟁의 장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또한 한국은행은 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하였고 내년도 성장률을 1.7%로 하향 조정함으로써 경기침체를 전망하고 있다. 이런 우울한 상황인데도 여야 정치권은 대장동 개발 비리 대 야당탄압, 언론의 자유 대 국익 등으로 사사건건 맞서고 있으며 국…2022-12-05 20:57

문병란 은사님, 그리운 마음에 불러봅니다. 제가 문학에 대해 불확실할 때 교수님의 강의를 들었던 건 크나큰 행운이었습니다. 저에게는 방황의 고교시절이 있었고 손에 잡히는 대로 김동인의 『운현궁의 봄』, 유주현의 『대원군』, 정비석의 『삼국지』, 이어령의 『흙 속에 저 바람 속옐, 『한국단편 문학전집』 등을 읽어나갔습니다. 그 중에서도 저를 문학에 심취하게 한 동기는 아무래도 『한국단편 문학전집』이 아니었던가 싶습니다. 그때 저는 보석 같은 한국 문학의 작가들을 하나둘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광수, 김유정, 채만식…2022-12-04 19:09

새 정부 들어서도 검찰은 여전히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서 있다. 검찰발 기사는 국민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특종을 위한 언론들의 취재경쟁은 갈수록 치열하다. 지난 정부 조국 전 법무부장관 시절 수사 관련 공보규정을 개정해 수사상황에 대한 언론보도를 철저히 금지시켰음에도 이번 정부 들어 주요사건에 대한 수사내용은 각종 언론을 통해 수시로 흘러나온다. 그 언론 내용이 어떤 경로로 취재가 됐고, 정확한 사실인지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그걸 접하는 국민들은 팩트로 받아들이고 갑론을박을 한다. 지난 정부시절 검수완박을 목…2022-12-02 08: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