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문명이 발전해 오는 과정에서 가장 위대한 발명 가운데 하나로 문자(文字)를 드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뒤이어 종이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 우리의 기록문화는 급진보 하게 되었고, 이는 우리의 삶 전체에 혁신적 발전을 가져올 수 있었다. 여기에서 역사(歷史)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지구상에 존재하는 200여 국가들 가운데 ‘기록문화’의 우수성 측면에서 우리나라를 능가하는 곳이 많지 않다고 할 만큼 우리의 기록문화는 높게 평가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의 기록문화가 이처럼 …2021-10-11 19:00

오징어게임의 열풍이 전 세계적으로 거세다. 넷플릭스가 서비스 되고 있는 전 세계 83개국 모두에서 1위를 차지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심지어 외국드라마 인기가 높지 않은 인도에서조차 1위를 하고 있으니 정말 대단하다. 오징어게임의 인기를 이용해 넷플릭스 온라인스토어에서는 공식굿즈 판매까지 시작했다. 주인공인 기훈역의 이정재가 입었던 456번이 적힌 티셔츠, 드라마 속의 한 장면이 담긴 티셔츠, 전통놀이 ‘오징어 게임’ 모양틀이 그려진 티셔츠 등 10개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중국 회사들은 할로윈데이를 겨냥하여 오징어…2021-10-07 20:16

지난 대선에서 한 슬로건이 큰 반향을 일으킨 때가 있었다. 2012년 대선에서 손학규 후보가 내세운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슬로건이다. 1998년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의 “준비된 대통령”과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의 “사람이 먼저다”는 후보자의 당선 효과가 성공한 슬로건을 만드는데 한 몫을 했다. 하지만 “저녁이 있는 삶”이 손학규 후보의 낙선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자주 회자되는 것을 보면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것은 분명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모두에게 저녁은 있다. 저녁을 피해갈 수 있는 사…2021-10-06 19:10

인생본무답(人生本無答)이란 말이 있다. 이 말을 처음 만났을 땐 ‘인생은 본래 답이 없다’는 말로 이해했었다. 하지만 살다보니 ‘인생은 무진장의 답이 있다’ 는 뜻임을 알게 되었다. 세상엔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더 많다. 세상엔 사라지는 것보다 생겨나는 것이 더 많다. 그래서 자고로 ‘살만한 세상’이라는 말이 회자(膾炙)되어 온 것이 아닌가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촌의 무대는 참으로 아름답고 고마운 사람들이 떼를 지어 살고 있는 행복마을이다. 원시시대를 출발로 농경사회와 산업사회, 정보사회를 거치면서…2021-10-04 18:48

지금 대한민국에 통합의 파도가 넘실대고 있다. 현 행정체계에서 각자도생하던 지역들이 주변 자치단체들과 연합하여 상호협력하는 지역발전 전략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부·울·경(부산, 울산, 경남)과 충청권(충남, 대전, 세종)의 메가시티 계획이 지역 정책에 충격을 주더니, 행정통합 논의도 꿈틀대기 시작했다. 2005년부터 시작된 대구와 경북의 통합논의가 2020년 들어 본격화되었고, 광주와 전남에서도 2020년부터 행정통합 논의를 시작했다. 아직은 대구·경북과 광주·전남 두 지역 모두 행정통합이 실제로 진행…2021-09-30 19:53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내 뜻과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일로 고통을 받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본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두 판사가 법정에서 판결을 마치고 복도를 걸어 나오는데 한 판사가 갑자기 소리 내서 웃는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스트레스가 많은 법조인들 인지라 갑자기 웃는 웃음에 옆에 있던 판사가 뭐가 그리 우스운가? 하고 물었더니, “응 방금 전에 법정 안에서 재미있는 농담을 들었거든 그 농담을 생각하니 웃음이 나오는구먼” 그러자 그 농담을 자신에…2021-09-29 21:27

어린 시절 한가위 날에 가족들끼리 송편과 사과를 오손도손 나눠 먹으면서 송편 속의 콩이 몇 개인지 사과 속의 씨앗이 몇 개인지 세워보았던 기억이 난다. 어른이 되어 소설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의 작가 켄 키지의 “사과 속의 씨앗은 셀 수 있지만, 씨앗 속의 사과는 셀 수 없다”라는 말에 깊은 공감을 받았다. 씨앗 속의 과실은 당장은 셀 수 없지만, 씨앗으로부터 뿌리를 내리고 뿌리 깊은 나무가 셀 수 있는 풍요로운 과실로 나눔을 갖기까지는 긴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에게, 학생에게 씨앗이란 무엇일까…2021-09-28 19:44

가을을 동경하는 그대에게! 이제, 지난여름의 신록은 한 페이지의 추억이 되었습니다. 청마 유치환이 정운 이영도에게 품었던 애틋한 연정처럼, 그리운 이에게 향기 나는 편지를 쓰고 싶은 계절입니다. 그래요,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는 건 가슴 설레는 일이지요. 그것은 의식의 살아있음이요, 아직도 청춘의 맥박이 뛰고 있다는 증표입니다. 지나온 시간, 참으로 힘듦이 많았습니다. 도종환의 노래처럼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며, 아픔 없는 삶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래서 그런 말이 있잖아요. 인생은 고행의 바다라…2021-09-27 19:32

큰 폭력이 구조적으로 활개치면 작은 폭력은 무시된다. 한 사회에 존재하는 구조적 폭력 중에 어떤 형태의 폭력이 가장 두드러지는가를 살피면 그 사회가 어느 정도의 폭력 사회인가를 진단할 수 있다. 가장 폭력적인 사회는 전쟁 중인 사회다. 비록 적군에 한정한다고는 하지만 전쟁 중에는 살인이 합법적으로 인정된다. 실제 상황에서는 폭력이 군인에게만 미치지 않는다. 군인과 민간인은 구분되지 않는다. 법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강간, 고문, 폭행 같은 폭력은 징치의 대상에서 쉽게 벗어난다. 최근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재…2021-09-26 20:25

지난 4월께 광주과학기술원을 방문하면 어쩌겠느냐는 윤석열씨 측으로부터의 타진이 왔다. 난감했다. 과학기술이 정치로부터 독립적 중립적 영역이고 어떤 사람이라도 방문할 수 있지만, 당시 학교 내부의 진통이 있었던 터라 내부사정을 고려하여 집행부에서 어려움을 표해서 윤씨의 방문은 이뤄지지 않았다. 윤씨는 당시 서울대와 카이스트를 방문하면서 자신의 탈원전반대 상징적 이미지를 만들던 때였다. 그 뒤 여당의 후보들이 그래도 광주과학기술원을 방문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지금까지 어떤 후보에게도 요청이 오지 않았다…2021-09-23 18:14

상징적이기도 하거니와 충격적인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호주(오스트레일리아)가 핵잠수함을 보유하게 되는 것은 단순히 군사적인 증강의 차원을 훌쩍 넘어서는 메가톤급 정세변화라고 할 수 있다. 미국과 영국이 호주를 참여시키는 안보체계 오커스(AUKUS)를 발족하면서 호주의 핵추진잠수함 보유를 지원하기로 했다. 사실상 미국의 고유권한으로 여겨지는 핵추진잠수함 기술은 지난 1958년 미국이 영국에게 지원한 이후 63년만의 역사적 사건이다. 당장 중국이 발끈하고 나섰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과 중국의 새로운 냉전시대가 시작되…2021-09-22 18:50

최근 발표된 한 통계가 광주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5개년(2013-2017) 전국 자살사망 분석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광주시 자살 사망자 중 청년(19-34세)이 차지하는 비율이 21%로 전국 1위를 기록했다. 전국 평균이 약 15%니 높아도 상당히 높은 수치이고, 20%를 상회한 도시도 광주가 유일하다. 아동기 자살자는 울산이 전국 1위, 광주가 2위를 기록했다. 광주가 아동기, 청년기 모두 1, 2위를 차지했으니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물론 2018년, 2019년 자살 통계에서는 광주시 청년 자살자 비중이 감소하는 …2021-09-15 19:45

지금 대한민국은 정치의 시간이다. 집권당은 대선 경선 후보들이 이미 본선 경선에 돌입하여 과반수 획득으로 당의 대선후보를 10월 10일 결정한다. 제1야당은 대선 경선후보들이 경선 버스에 탑승하여 1-2차 컷오프를 통해 4명으로 좁혀 최종 대선후보를 11월 5일 선출하는 스케줄이다. 군소정당과 무소속, 그리고 소위 제3지대 대선 후보들도 결연하게 집권의지를 속속 보여주고 있다. 이런 정치적 결단이 국민과 국가를 위한 후보들의 마음일 것이다. 모든 후보들은 코로나19의 위기에서도 국가와 국민이 버틸 수 있도록 국력을 배양시…2021-09-14 20:52

인간의 문화적 사유는 추상적인 것이지만 사물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문학, 예술, 철학, 역사 등의 모든 추상적인 문명적 구조물은 사물에 기반을 두고 탄생한다. ‘공간’이라 부르는 구성체에 사물들이 ‘자리 잡기’를 하면, 해가 뜨고 지는 ‘시간’이 개입하고, 그 진경(珍景)을 관람하거나 개입하는 관객이자 참여자로서 ‘인간’이 등장하는 것이다. 인간 없이도 공간과 시간은 오롯이 존재할 수 있지만, 인간은 공간과 시간 없이는 어떤 것도 창조하지 못하고 유지하지 못한다. 인간은 공간, 시간과 함께 문화와 역사를 만들…2021-09-13 19:56

필자는 원래 중국정치를 공부하고 가르쳐 왔는데 해방직후 조선대학교 설립에 크게 기여한 월파(月波) 서민호(徐珉濠) 선생에 관한 글을 한편 쓴 것이 계기가 되어 호남지역의 ‘근현대정치인물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처럼 틈틈이 쓴 글들이 후일에 ‘시대를 밝힌 호남의 정치선각자’(도서출판 이경, 2017)로 간행된 바 있다. 이 무렵 부산에서 발간되는 ‘인간과 문화’라는 잡지에서 영·호남 간 이해증진을 위해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한 호남의 인물들에 관한 글을 연재해달라는 요청을 하였고, 흔쾌히 응하여 적지 않는…2021-09-12 19: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