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웹툰 시장에 관심이 커졌다. 잘 나가는 웹툰 작가의 한 달 수입이 2억원을 상회한는 사례도 있어 관심은 증대할 수밖에 없겠다. 웹툰이 웹(Web)에 카툰(만화)을 붙여서 만든 합성어인 것은 주지하는 바다. 다른 말로 치환하면 디지털 만화쯤 될 것인데 문학도 독자의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세분화되듯이 만화 역시 인간 세상 다양성에 맞추어 핵분열처럼 세분화 되고 있다. 그 장르는 소설 속의 로맨스를 위시해 역사, 무협, 스포츠, 판타지, 교양 등 언급이 불가능할 정도로 넓다. 오로지 자신이 선호하는 장르를 찾아 즐기는 세상이…2021-07-13 19:16

언젠가 한학(漢學)에 조예가 깊은 후배 학자와 차를 마시며 환담을 나눈 적이 있었다. 어떤 의도였는지는 모르지만 “학장님, 정치인의 제일 덕목이 무엇입니까?”라고 묻는 것이었다. 내가 정치학을 전공하는 교수이기 때문에 혼란스럽기 그지없는 현실 정치판을 생각하다가 불쑥 던져본 질문 아니겠는가. 하등의 망설임도 없이 필자의 입에서 불쑥 나온 대답은 “뻔뻔함이네”였다. 정치학을 가르칠 때는 정직이라거나 공의(公義), 또는 건전한 판단력 아니면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정신, 심지어는 건강까지도 정치인이 갖추어야할…2021-07-11 18:59

어린 시절 우리 집 마당에는 큰 우물이 있었다. 맑고 물이 좋아서 동네 사람들이 길어다 썼다. 나는 매일 우물을 내려다보며 놀았다. 우물은 아찔하게 깊어서 메아리처럼 소리가 울렸다. 깊고 맑은 물은 검은 거울처럼 하늘을 배경으로 내 얼굴이 물에 비쳤고 참 신비로웠다. 우물은 우주의 거울 같았다. 할머니는 새벽이면 깊은 샘에서 첫 물을 정화수로 올리고 무등산을 향해 지성으로 기도하셨다. 그 기도는 자손들을 위한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동네 사람들이 물을 길어가기 전에 첫 물을 올려야 마음이 하늘에 닿는 거야.” 할…2021-07-08 19:48

지난 70여 년간 대한민국 교육은 산업화와 민주화의 토대였지만 오늘날 AI 지능 시대에 계층 및 지역 불평등의 원인으로도 진단되고 있다. 사실 우리 교육의 문제점은 대학 입시가 교육을 주도하고 성적주의와 평등주의가 충돌해 맑고 밝고 올바르게 성장해야 할 청소년들이 입시 준비형 학습 속에 매몰되어 행복한 삶을 설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도 초등학교 시절에 명문 중학교 진학을 위한 가혹한 입시형 학습을 경험한 바 있다. 그것은 초등 6학년 때 원했던 중학교 입시에 실패하고 재수한 …2021-07-06 19:15

본격적인 대선정국이 시작됐다. 최근 이재명 경기도지사,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대권 잠룡들이 줄줄이 대선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야권에는 유력한 대권후보가 없었다. 그래서 대다수 국민들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쉽게 재집권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 정권이 국정운영을 잘해서라기보다는 야권에 경쟁력 있는 대권후보가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현 정부 내내 야당은 야당다운 모습을 전혀 보이지 못하고 지리멸렬했다. 야당은 국정농단 사건의 충격을 극복하지 못했고 그 여진은 계속됐다. 야권…2021-07-01 19:40

사람이 뭔가 잃어버렸을 때 상실감에 따른 실망처럼 마음 아픈 것도 그리 많지는 않을 것 같다. 특히 자신이 가장 소중히 하는 물건을 잃어버렸을 때 이는 마치 절친한 벗을 저 세상에 보낸 것만큼이나 애통하다. 스스로 잘 못해서 생겨난 일이라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다. 필자는 며칠 전 자칭 보물1호라고 여기는 휴대폰을 분실하였다. 인근 표선우체국에서 미국으로 보내는 칼럼집 몇 권을 택배로 탁송하기 위해 갔다가 잠시 탁자위에 놓아둔 휴대폰을 잃어버린 것이다. 조금 전 까지도 미국 지인의 전화번호를 휴대폰에서 찾아 택…2021-06-30 19:40

코로나19의 백신 접종 소식이 연일 뉴스로 보도되면서 만나는 사람마다 코로나 백신 맞은 이야기가 안부 인사가 됐다. 아침에는 그나마 조금 선선해서 살 것 같은데 오전 10시만 넘으면 그야말로 뜨거운 태양이 강렬하게 내리쬔다. 코로나19 시대 필자의 일상의 시작은 아침 일찍 일어나면 집 주변의 쓰레기와 화단 잡초를 뽑는 일이다. 단연 담배꽁초와 일회용 커피잔, 음료수 캔 그리고 마스크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우기에 접어들면 잡초는 하루가 멀다고 자라니 그냥 뽑는 수밖에 없다. 아파트에서 살다가 주택가로 이사를 와서 매…2021-06-29 19:42

유년 시절의 기억 한 조각이다. 수숫대를 꺾어 동네 형들을 따라 앞동산에 걸려있는 무지개를 따러 간 적 있다. 어머니에게 ‘정신 나간 아이’라는 취급을 받으며 혼나긴 했지만, 실제 그랬다. 그가 화를 낸 이유는 훗날 알았다. 앞동산은 ‘뱀 굴’이라 불릴 만큼 뱀의 출현이 잦아 어른들도 꺼리는 곳이었다. 하물며 꼬마들이 갔으니 놀랐을 법도 하다. 돌이켜보건대 어렸을 적 들었던 옛날이야기는 상상력을 키워주는 데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 미당 서정주가 자신을 키워준 건 8할이 바람이었다고 했듯, 나의 감수성을 길러준 건…2021-06-28 19:26

얼마 전 우연히 ‘밤리단길’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어느 동네에 상업화할 길이 또 조명을 받고 있구나 싶었다. 경기도 고양시 정발산동 밤가시마을의 길이 ‘밤리단길’이란 이름을 얻었나 본데, 내용을 읽어보니 조명을 받은 이후에 벌어진 일이 앞서 ‘○리단길’이란 이름을 얻은 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었다. 사람이 몰리고, 시에서는 띄우기에 나서고, 임대료가 오르고, 일상적 필요를 채워주던 가게들과 사람이 밀려나고, 카페와 레스토랑이 들어서고…. 이미 있었던 현상의 똑같은 반복이다. 서울 이태원의 경리단길…2021-06-27 18:57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결국 쫓겨나듯 물러날 것이다.” 오래 전에 마치 예언과도 같은 분석을 내놓은 적이 있었다. 이후 지금까지 필자의 주장에 동의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동의는 커녕 중국의 통치시스템이나 권력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는 우매함으로 치부되기도 했다. 미국을 넘어 세계 패권까지 넘보고 있는 중국의 최고 권력자가 쫓겨나듯이 물러난다? 더구나 시진핑 주석은 역대를 통틀어도 가장 견고하고 폭넓은 권력기반을 구축하고 있어서 그럴 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웠기에 주변의 이러한 반응은 당연한 것이었는지 모…2021-06-24 18:21

“여수에서 1박을 하려는데 펜션 예약이 어려우니 알아봐 주라” “인터넷 블로그에 안 나오는 여수 맛집을 알려주세요” 등의 문자를 필자는 자주 받는다. 서울에 사는 지인들 문자다. 하지만 목포에 있는 전망 좋은 펜션 예약을 도와달라거나 목포 맛집을 알려달라는 문자는 거의 없다. 목포와 여수의 달라진 위상(位相)이다. 위상 변화는 노래에도 나타난다. 목포를 대표하는 노래는 ‘목포 애국갗로 불리는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이다. 1935년 발표됐다. 하나를 더 꼽으라면 “비 내리는 호남선”으로 시작하는 김수희가 1989년…2021-06-22 20:07

지난 5월 광주시가 지방대학 위기 대응과 시·교육청·대학 상생협력 강화를 위한 광주시 대학발전협력단을 발족했다. 잘했다. 기대도 된다. 그나마 적은 지방재정 여건과 여러 가지 행정 수요에도 불구하고 지방대학의 위기 극복에 지자체가 앞장서 나섰다는 것은 모범적이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협력해서 극복해야 한다. 그러나 지방대 위기 극복은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고 구조적인 문제다. 요즘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남쪽에 있는 학교들부터 문을 닫는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올 초 광주·전남지역 대학들의…2021-06-21 19:12

전 세계적으로 백신접종이 본격화되면서 코로나19의 팬데믹으로 침체된 글로벌경제가 회복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G7 정상회의에서도 경기부양책의 재원 마련을 위해 법인세의 최저세율을 15%로 유지하는 것에 합의했다. 그만큼 재원확보가 절실한 것이다. 한국은행은 우리 경제가 2020년 1분기(-1.3%)와 2분기(-3.2%)의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3분기부터 플러스로 돌아서면서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이 1.7%를 기록해 성장률 전망치 4.0%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경제는 세계경제 회복세에 힘…2021-06-15 19:31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의 여·야간 격돌열기가 채 식기도 전에 정치 시계는 째깍째깍 대선정국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정치판의 역동성에서 한국만한 나라가 없다”는 정치학자들의 진단처럼 대선후보들의 지지도와 명멸이 하루가 다르게 진행되고 있어 긴장감을 더해주고 있다. 2년 전만 하더라도 당시 현직총리로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지지율 상종가를 기록하던 A의원이 10%를 겨우 넘는 상황으로 추락하는가 하면, 친문그룹의 거부감과 가족에 대한 막말 등이 빚은 도덕성의 덫에 걸려 허우적대던 B지사가 부동의…2021-06-14 19:36

필자는 평소 “사람은 12번씩 12번이나 바뀐다”라는 말을 자주 해 왔다. 우리가 아이로 태어나 소년을 거쳐 청년기, 중장년을 지나 노년기에 이를 때 까지 우리의 모습은 천태만상(千態萬象)으로 변화하는 자연을 닮았다. 만약 누군가가 백일사진을 기점으로 매일 마다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면 죽는 날까지 똑같은 사진은 단 한 장도 얻지 못할 것이다. 이처럼 우리 인간은 변화(變化)의 속성을 천부적으로 타고 났다. 그런데 변화하는 것은 얼굴이나 신체에만 국한하지 않고 마음 역시 하루에도 골백번(?)을 변화의 파도에 휩쓸린다. …2021-06-13 1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