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돔박꼿이 피었다. 제주 4·3은 아직도 이름표가 없다. 민중 항쟁, 집단 학살~~ 인생도 무진장으로 답이 많건만 그 서러운 한 어찌할 수 없어 핏빛 돔박꼿으로 피었을까 천 송이 만 송이로 절규하듯 제주엔 가슴마다 돔박꼿이 피었다.” 올 봄 제주 전역에는 붉은 돔박꼿(제주어)이 화들짝 피어났다. 관광객들은 여기저기 피어난 돔박꼿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제주 4·3의 74주년 추념식은 제주평화공원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김부겸 국무총리가 동참한 가운데 조촐히 열렸다. 코로나 팬데믹의 여파…2022-04-24 19:22

서구권 여러 나라들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과거에 매립했던 도심 인근 강과 하천을 복원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도시화와 산업화로 강이 오염되자 메웠던 물줄기를 수 십년이 지난 오늘날 막대한 비용을 들여가며 다시 흐르게 하려는 시도가 유럽과 미국 등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파리로부터 약 21㎞ 떨어진 비에브르(Bievre) 강은 파리 남부를 거쳐 세느강에 합류하는 물길이었다. 그런데 산업화로 인해 가죽공장과 염색공장의 폐수가 강으로 흘러들어 심하게 오염되었다. 강물에 기름이 둥…2022-04-19 20:05

눈이 부시도록 화사한 봄날이다. 꽃잎 위에 질문 하나 써본다. 근래, 당신은 누군가에게 책과 꽃을 선물했거나 받아 본 적이 있는가? 글쎄, 필자의 경우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만큼 세상을 허둥대며 살고 있다는 얘기겠다. 고교 시절 일 게다. 누군가에게 줄 ‘소월 시집’을 포장하면서 설렘의 밤을 지새웠던 기억이 있다. 70-80년대만 해도 흔한 풍경이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어떤가. 간혹 다큐멘터리에서나 나올 법한 전설 속의 장면이 된 것 같다. 책은 다른 선물과 달리 ‘기쁨과 축하’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친구의…2022-04-18 20:03

1565년 필리핀은 스페인의 식민지가 되었다. 331년 후인 1896년 독립을 위한 필리핀 혁명이 일어나지만 혁명은 실패한다. 1898년 미국-스페인 전쟁기간 중에 필리핀은 다시 혁명을 일으켜 의회를 열고 헌법을 제정한다. 하지만 미국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파리강화조약에 따라 미국은 스페인에 2천만 달러를 주고 필리핀 지배권을 양도받는다. 결국 1899년에서 1902년 7월4일까지 미국-필리핀 전쟁이 일어나는데, 이 기간 동안 100만 명이 넘는 필리핀인들이 미군에 의해 살해당했다. 참 묘하다. 7월4일은 미국 독립기념일이다. 그런데…2022-04-17 19:55

아침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목소리가 울먹인다. “선생님, 페이스북 친구라서 믿고 소통했다가 보이스피싱에 걸린 것 같아요.” “경찰에 신고하셨어요?” “네, 그런데 수사 담당자가 결정되려면 며칠 걸린다고 해요.”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사건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내 친구라서 믿었고, 페이스북 메신저로 대화하다가 카톡으로 연결돼 중요한 물건을 해외에서 택배로 보내준다고 하기에 받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귀한 물건이라 국제공항에서 관세 부분에 걸려서 통관절차가 복잡해졌다고 통관 …2022-04-14 19:29

광주광역시는 전국에서 못사는 동네일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 “광주 역내 GDP(지역내총생산)가 전국 꼴등”이라고 말하면서 광주시 경제력(經濟力)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당시 발언은 호남의 중핵도시인 광주 경제의 안타까움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고 본다. 윤 당선인이 광주가 우리나라 6대 도시라는 사실을 모를 리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대도시 광주의 경제력은 어떤 수준일까. 광주시 지역내총생산(GRDP)은 전국에서 하위 수준이다. 통계청 ‘2020년 지역소득(잠정)’ 자료에 따르면, 광주는 약 42조원으로 …2022-04-12 19:56

지스트를 아시나요? 지난 토요일 광주에서 주요 역사의 장소를 걷는 광주마당 순례단이 지스트를 방문해 ‘과학자의 길’을 함께 걸었다. 지스트에서 시작해서 첨단의 연구단지와 산업단지 과학관을 돌아 지스트로 돌아오는 약 7km 길이다. 필자가 제안하여 광주 첨단의 과학자들이 이 길을 만들고 이름을 ‘과학자의 길’이라고 지었다. 시민들이 과학을 일상처럼 생각하고 더 나아가 광주가 과학도시며 과학도시를 통해 미래로 나아가자는 소망을 담아 만든 길이다. 걷기에 참여한 시민들은 지스트·한국광기술원 등 광주가…2022-04-11 19:40

이른 아침 출근길을 나서다 보면 공장 산업단지 한적한 길가 모퉁이에 세워진 작은 트럭을 발견한다. 아침 일찍 출근을 하다 보니 아침식사를 거르는 사람들이 많다. 종종걸음으로 출근길을 재촉하면서 간단하게 김밥 한 줄, 샌드위치 하나 사 들고 걸어가면서 먹는 모습들은 예전에는 더 흔하게 보던 일상의 모습 들이였다. 그때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들 또는 고향에 있는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공장에 취직하여 내 몸은 돌볼 시간 없이 열심히 돈을 벌면서 자신의 작은 꿈을 향해 뛰었다. 지금은 그런 공장들도 줄어들고 일자리마저 잡기…2022-04-10 19:41

4월 도심속 벚꽃 행렬이 눈부시게 환하다. 그 화사한 꽃등이 코로나19로 지친 시민들의 마음을 어머니의 손길처럼 보드랍게 어루만져주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벚꽃이 만개한 곳이면 어디든 상춘객들로 북적거린다. 마치 축제가 열린 듯 꽃과 사람이 어우러져 봄의 환희를 만끽하고 있다. 광주 시내에서 벚꽃 명소로 꼽히는 곳이 몇 군데 있다. 예전에는 농성동 상록회관 벚꽃이 가장 으뜸이었으나 그 자리에 아파트 공사가 시작되면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 지금 가장 핫한 곳 가운데 하나로 광주 송정공원을 꼽을 수 있다. 광산…2022-04-05 19:52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지난 31일 기업 경쟁력을 가로막는 3대 분야로 노동, 환경과 함께 ‘교육’을 꼽았다. 아마도 기업이 대학을 인수해서 자신들이 투자한 만큼 인력을 가져다 쓸 수 있어야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진다고 생각하는가 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의 정책협의회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왔던 교육개혁 정책 대부분을 이전으로 되돌릴 것처럼 얘기 나눴다. 올해 마무리짓기로 한 교육과정 개정도 재검토하고 2025년에 전면 실시하기로 한 고교학점제도 유보하며, 자사고와 외고도 없애지 않을 …2022-04-04 19:42

제20대 대통령선거가 사상 유례없는 치열한 경쟁 속에 치러졌고, 그 결과 야당 후보가 여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었다. 그러나 당초 상당한 격차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 여러 여론조사와는 달리 두 후보 간 표차이는 득표율로 채 1%도 되지 않는 24만여 표에 불과하여, 개표방송을 지켜본 국민들로 하여금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결선투표가 없는 우리나라의 선거제도상, 그 득표율 차이에 상관없이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의 국정은 윤석열 당선인의 주도하에 운영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향후 그의 정국 구상과 정책 …2022-04-03 18:54

광주에 산업화가 시작된 지 100년 가까이 되었다. 광주 산업화의 출발점은 오늘날 일신방직 전방의 전신으로서 1935년 북구 임동에 들어선 종연(가네보)방직으로 볼 수 있다. 물론 그 이전에도 광주도시제사, 약림제사와 같은 큰 공장이 있었으나 고용규모와 제조방식 등 산업 파급효과 측면에서 볼 때 종연방직 설립을 산업화 시발점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종연방직은 전쟁 특수와 내수 소비에 힘입어 상시 고용인원이 3천 명에 달하는 국내 최대 방직공장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해방 후에는 김형남 김용주 등 민…2022-03-30 19:31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이제 2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중단과 부활의 우여곡절을 겪은 지방자치는 1995년 6월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로 시작되어 민선 7기에 이르는 동안에 지역주민의 삶과 지역의 모습을 변화시켜 왔다. 그러나 그동안 선출된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이 비리로 물러가거나 지역주민과 첨예한 갈등을 빚은 지자체는 지역발전이 정체되거나 쇠퇴하고 있다. 목민심서(牧民心書)의 해관(解官) 6조에서도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이 행한 공무는 재임 중에는 물론 공직을 떠난 후에도 공(功)과 과(過)의 평가가 길이 남는다는 점을…2022-03-28 19:21

천혜의 보물섬 제주에서 어느덧 10여년을 넘겨 살다보니 이제 제주는 마음의 고향이요 남은 여생은 이곳에서 마무리할 생각이다. 하여 제주에 대한 나의 애정을 담아 오늘은 제주의 삼보(三寶)인 돌과 바람, 물(삼다수) 가운데 가장 으뜸으로 꼽는 ‘현무암(玄武巖)’을 쌓아 만든 ‘제주 돌담’에 대하여 고찰해보고자 한다. 앞으로 ‘제주 돌담’에 이어 ‘제주 바람’과 제주 ‘삼다수’에 대해서 시리즈로 써볼 생각이다.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으로 기대가 된다. 평소 내가 주장해 왔던 삼불능(三不能), 곧 인연 없는 곳에 갈 수…2022-03-27 18:54

양금신족(量衾伸足), 한자를 그대로 풀이하면 이불의 길이를 헤아려 다리를 뻗는다는 말이다. 어떤 일을 할 때 주어진 조건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고 구체적으로는 상대방과 협상이나 대결이 불가피할 때 자신의 현실과 주변의 상황은 물론이고 앞으로의 결과까지도 예측하면서 결정해야 한다는 깊은 의미가 담겨있다. 특히 국가와 국가 간의 외교와 국방에 관한 결정과 관련해서는 양금신족과 같은 과정이 필수적이다. 지난 1991년 소련이 해체되고 냉전이 종식된 이후 경제성장을 중시하는 자유무역의 변화를 타고 미국의 영향력도…2022-03-24 19:56